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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 노병들의 함성/이장훈 모스크바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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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 노병들의 함성/이장훈 모스크바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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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만세)」. 9일 정오 모스크바 중심대로인 쿠투조프스키가에 집결한 러시아군 정예부대 1만여명은 제2차세계대전 승리 5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를 하면서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이날 포클로나야고라(승리의 언덕)에서 거행된 군사 퍼레이드에는 최신예 무기들이 많이 선을 보였다. 특히 수호이 23기로 구성된 「블랙 튜립」이라는 에어쇼 비행단은 모스크바 상공에서 각종 묘기를 연출, 참석자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옐친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의 지도급 인사들은 퍼레이드를 참관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으며 TV를 통해 군사퍼레이드를 지켜본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붉은 군대」의 여전한 위용에 자부심을 느끼는듯 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날 군사퍼레이드와 붉은 광장에서 거행된 기념식등에는 낫과 망치가 새겨진 붉은 기가 자주 눈에 띄었다. 강성했던 소련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은근한 노스탤지어를 엿볼 수 있게하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등 서방 지도자들이 붉은 광장에서 거행된 참전용사들의 기념행진밖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였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혼란에도 불구, 군사적으로 러시아는 아직 초강대국임을 서방에 과시하고 국민들에게도 이를 확인케 하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군사력 하나만으로 국가의 국력을 자리매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소련의 붕괴가 이 사실을 분명히 증명했다. 50년전 나치 독일에 대항해 전국민이 똘똘뭉쳐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했던 당시의 정신력이 현재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일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2차대전에 참전했던 노병들이 붉은 광장에서 「우라」라고 외치는 함성이 러시아군 정예부대의 목소리보다 더 우렁찬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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