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하순께 열릴 미국과 북한간의 고위회담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대북 경수로원전건설지원협정을 정치적으로 타결짓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북·미핵합의서를 순조롭게 실천할 것인가 아니면 휴지화할 것인가를 판가름짓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회담에 앞서 한국 미국 일본등 3국의 고위실무자들이 전략회의를 갖고 경수로문제에 대한 기본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북한이 그동안 경수로문제에 대해 「구매자의 권리」까지 내세우며 전례없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그들에겐 대남정책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임을 알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한으로서는 근2년간 핵공갈을 통해 어렵게 확보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포기할 수 없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3국 고위 실무자들이 회담대책으로 경수로건설에 있어 한국의 중심적 역할, 그리고 남북대화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실천적 이행등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더 이상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다만 발표문에서 경수로를 한국형이라고 명기하지 않은 것은 명칭에는 신축성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유연한 설득방법으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올해분 중유를 앞당겨 제공하고 미국과의 연락사무소를 조기개설케 하며 미국이 경제제재를 추가로 완화할 것등 체면과 실리를 안겨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실리와 체면유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국배제속에 미국과의 정전협정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평화협정체결을 집요하게 들고나올 것으로 보여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봉쇄하는가도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점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북·미고위회담은 핵합의를 실천하기 위한 경수로문제의 논의에 국한하고 평화협정은 당사자인 남한과 별도의 직접대화를 통해 협의해야 함을 못박아야 한다.
이번 3국이 대북경수로와 대화재개에 대한 기본방침과 함께 긴밀한 공조를 재다짐했음에도 개운치 않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미국이 북한의 핵재개발저지를 위한 이른바 「달래기」에 급급하여 양보와 끌어안기의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대북경수로제공에 있어 결코 서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국형을 그토록 거부하고 「강요때는 전쟁」운운등 온갖 폭언을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쪽은 북한인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대해 결코 경수로 협상을 서둘지 않도록 설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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