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여곳 장난감·모래상자등 갖춰/고민 쪽지에 써붙이는 「걱정의 벽」도『엄마만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질 않아요』 『동생을 때렸는데 엄마한테 혼날까 걱정입니다』 핵가족이 일반화하면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심리가 무척 높아졌다. 부모의 비뚤어진 자녀관에 짓눌린 어린 아이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속으로 아파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어린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위축된 행동을 표출한다. 증세가 지속될 경우 사회인지 언어습득등에서 또래친구보다 뒤떨어져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하기 어렵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어린이 스트레스를 놀이치료를 통해 해소하는 이색적인 치료방이 속속 생겨나 인기를 끌고 있다. 놀이치료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마음껏 놀게하면서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삭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이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는 곳은 원광아동상담센터(561―2082) 동부아동상담소(248―4567)등 서울만 10여곳에 이른다.
원광아동상담센터(소장 황영희·황영희·42)의 경우 3평 크기의 치료방에 들어서면 공룡모형에서 우주선까지 1천여종의 장난감으로 가득차 있다. 치료방 한가운데는 모래상자가 있다. 가로 1백㎝, 세로 70㎝ 크기의 모래상자는 스트레스로 찌든 어린이들이 부담없이놀수 있도록 국제적 규격으로 제작됐다.
어린이는 이곳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을 맘껏 꾸미며 감정을 순화시켜나간다. 상담원들은 모래위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어린이의 자아의식을 가늠해본뒤 정성껏 보살펴 준다.
치료방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는 「걱정의 벽」이다. 어린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온갖 걱정거리를 쪽지에 적어 이곳에 붙여둔다. 치료방 한쪽엔 일방형 거울이 설치돼 있어 부모가 바깥에서 아이의 치료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물론 어린이가 원하지 않으면 방안쪽의 블라인드를 내리면 된다.
황소장은 『부모의 과보호나 애정결핍등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어린이들이 1주일에 70∼1백명정도 방문,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며 『자녀에게 너무 무거운 부담을 지우는 행동은 삼가고 의견이 통하는 열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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