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 자리잡아… 「공작」부문은 103% 늘어/“대일역조 주범”오명 벗고 국산화율 확대 호기국내 기계산업이 전례없는 호황국면을 맞고 있다. 생산이 늘어나고 수출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계산업의 대표격인 일반기계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1·4분기중 생산은 5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수출은 11억4천6백만달러로 전년동기비 33.3% 늘었다. 공작기계나 건설기계의 경우 생산 수출 모두 50∼1백%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올해중 기계산업 전체의 생산은 86조9천8백60억원(1천87억3천2백만달러), 수출은 2백88억6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생산이나 수출 모두 15%대의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생산과 수출이 모두 기대이상의 성장세를 보이자 전년대비 증가율 목표를 최소 20%이상으로 수정할 방침이다.
기계류의 품목별 동향을 보면 국내 기계산업의 호황세는 극명하다. 특히 각 제품마다 수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밀링 선반등 공작기계의 경우 올들어 지난 3월까지 5천6백45만9천달러어치를 수출해 전년 동기비 무려 1백3.1% 늘었다. 지난 92년 0.8%, 93년 0.5%의 증가세를 보인 공작기계의 수출이 지난해 60.8% 늘어나더니 올들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이상 늘어나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일수출은 이 기간중 6백23만3천달러로 3백9.8%라는 이례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농업기계의 수출도 전년동기비 1백3.3% 늘었다. 92년 23%감소, 93년 28.5% 감소에서 지난해 겨우 8.9% 의 수출신장률을 기록한 농기계가 지난 1·4분기동안 수출이 6백49만달러로 늘어나면서 주요 수출기계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이밖에 섬유기계가 1·4분기중 전년동기비 41.9%, 건설기계도 63.5%의 증가세를 보여 전체적인 일반기계류의 수출증가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계 광학기계등 정밀기계류의 경우 올들어 지난 3개월동안 2억1천5백만달러어치가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늘어났고 기계부품과 공구 금형등의 수출증가율도 이 기간중 30.2%에 달했다. 기계산업 전체적으로 뚜렷하게 부진한 품목없이 고르게 호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계류 수출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기계류의 수출규모가 극히 적은데다 중국 베트남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정부의 기계 소재산업 집중 육성책이 미미하나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최근 국내 기계류 수출호황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산부 이건우 기초공업국장은 『86년부터 두차례 실시한 기계류 부품 소재 국산화계획이 성과를 거둬 기계 부품 소재생산업체가 2만4천개에 달하고 있고 전체 국민총생산중 기계류등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년 5.4%에서 지난해 13.9%로 늘어나는등 전반적으로 기초산업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계산업의 이같은 호황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기계산업은 국산화를 통해 대일역조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책임이 더 큰 업종이다. 국내 기계산업은 올해중 2백88억6천만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수입액은 3백83억6천3백만달러로 1백억달러가량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 예상금액을 넘는 것이다. 특히 기계류 수출액중 자동차나 조선등 수송기계류를 제외하면 순수 기계류의 무역적자액은 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섬유 자동차 조선분야에서 벌어들여 기계류를 사오는데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수입기계의 대부분이 일본제여서 국내 기계산업은 무역적자의 주범인 것은 물론 대일역조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는 대표적 산업이다.
정부는 10일 신경제회의를 열어 기계류를 포함한 국내 자본재산업의 발전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 기회에 모처럼 수출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국내 기계산업을 더욱 발전시킴으로써 우리 경제를 기초가 튼튼한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국내 기계업체 국산화 전략/회사별로 2∼3년간 연구개발비 100억 투자/대일종속관계 청산 “기술자립”야무진 계획
국내기계업계는 엔고에 편승한 최근의 활황세를 중장기적인 성장전략과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부터의 부품및 기술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활황을 부품국산화등 기술자립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기계업체들은 향후 2∼3년간 회사별로 1백억원안팎의 기술개발비를 투자해 일본기술에 대한 종속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굴삭기부품의 국산율을 현재 75%에서 3년내 85%로, 휠로더의 국산화율을 68%에서 80%로 각각 끌어 올리기위해 연구개발부문에만 총1백10억원을 쏟아넣을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계열사인 현대정공과의 공동개발도 적극 추진, 국산화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대우중공업은 인천의 중앙연구소와 중기사업본부내 연구개발실등 연구인력을 총동원해 중장비부문의 유압부품등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나섰다. 중장비부문은 내년까지 50억원을 투입, 대형유압기기의 국산화를 앞당겨 굴삭기의 부품국산화율을 현재 85%에서 95%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생산부품도 순수국산모델중심으로 바꾸어 나갈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엔고현상을 일본극복의 전기로 삼기위해 미국 유럽 일본등 현지연구소를 연계해 엔진및 유압부품의 국산화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그동안 추진해온 중공업체간 부품상호구매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유압부품, 엔진관련부품등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2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업계는 이미 엔고로 향상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시장공략에도 나섰다. 대우중공업은 일본중장비업체와 합작으로 현지판매법인인 (주)대우건기를 설립, 1·4분기에만도 20여대의 굴삭기를 수출했는데 올해 목표인 1백대수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포커스/대우중공업 윤영석회장/“기계산업 올해가 재도약의 기회
5∼10년후 동남아시장 지배할것”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 시작할 때입니다』. 윤영석 대우중공업회장은 올해를 「기계산업중흥의 해」로 꼽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기계공업의 활황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윤회장은 『최근 기계업계는 어느 품목 할 것 없이 모두 잘 된다』며 『지속되고 있는 엔고, 미국과 유럽의 경기호전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국의 기계제품이 품질 가격수준 서비스분야에서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기계업계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은 동남아. 동남아국가들은 현재 기초생산기술을 축적하는 단계다. 윤회장은 『현재까지 무역역조의 원인이 되고 있는 한·일간의 기술종속관계가 5∼10년이후에는 한국과 동남아사이에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남아시장의 확대는 상당 기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산업지배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계산업의 부가가치는 엄청난 수준이다. 윤회장은 『섬유산업의 부가가치생산성은 90%정도로 아주 높지만 기계산업도 80%수준이 넘는다』며 『앞으로 하나의 생산단위를 파는 패키지상품이 주종을 이룰 경우 기계산업의 부가가치생산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계공업의 앞길에는 아직도 걸림돌이 많다. 당장 일본에 대한 기술종속이 가장 큰 부담이다. 서브모터, 수치제어(NC)컨트롤러등 핵심기술부품을 아직 국산화하지 못했다.
윤회장은 한국기계공업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공작기계부문의 경우 정부와 업계가 핵심부품개발을 위한 연구소개원을 추진하는등 핵심부품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회장은 『일본의 경우 정부와 업계가 이미 10여년전에 기술개발을 위해 공동투자를 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인식이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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