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를 비롯해 지난해 이후 연이은 한국의 각종 안전사고의 발생과 수습과정을 보면서 중국인의 「만만디(만만적)」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중국 최고도인 시안(서안)에 있는 진시황 병마용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병마용의 발굴과 복원사업이 언제쯤 완전히 끝나 세계인들이 그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물음에 『향후 1백년까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시간의 개념이 다른 것일까.
2000년대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될 것이라는 세계의 경계와 질시가 어린 시선에 중국의 지도급 경제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자랑스러워하기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찌감치 개방으로 발전한 광저우(광주)나 경제특구 지정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샤먼(하문) 등 개방을 선도하는 각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중국은 2010년이나 2020년에 가서야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 90년대초 경제수준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래서 만만디다. 열차나 비행기 출발시간이 몇시간씩, 심지어는 며칠씩 늦어져도 불평없이 기다린다고 해서 만만디가 아니다.
어쩌면 55개 민족으로 구성된 12억의 인민이 하나의 「정치체」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서둘러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임박설로 온 세계가 팥죽끓듯 하고 있지만 막상 중국인들은 담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30여년만에 어느정도 내세울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세계화도 외치게 됐다지만 이제 그 내부 곳곳의 허술함이 드러나고 있는 우리는 중국인들의 격언 하나를 새겨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천천히 가는 것은 겁나지 않지만 멈출까 봐 두렵다』<시안=하종오 기자>시안=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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