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의계약요구 등 압력 가능성/수입선 선정·관리 신중대처 필요정부가 9일 쌀 수입계획을 확정, 이르면 이번주중 국제입찰공고를 하고 내달중 수입선을 확정키로 함에 따라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따른 쌀수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 쌀 수입은 지난 83년 냉해에 따른 대흉작의 여파로 1백50만섬의 쌀을 수입한 후 12년만이다. 그러나 당시는 우리의 필요에 따른 수입이었으며 이번은 국제조약에 따라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올해는 비록 국내소비량의 1%에 지나지 않는 35만섬수입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쌀 도입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입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국내농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쌀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미국 호주 태국등 3개국.
특히 육류유통시장 및 자동차시장의 추가개방등을 내세워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쌀에 대해서도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비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정부에 미국 쌀의 구입을 강력히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수입될 쌀은 가공용으로 사용될 방침이어서 일반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러나 10년후 2005년부터 관세화개방의 가능성이 높은 우리 쌀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명도를 높여야한다는 판단에 따라 벌써부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3개국중 대한쌀 수출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역시 미국. 미국은 지난해 가을 미국내 쌀 관련 생산자 3개단체가 단합해 미국미곡연합을 결성, 수출창구를 일원화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쌀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재고미가 1백30만톤(9백10만섬)이나 남아 있는데다 쌀 증산에 들어가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6·9%나 늘어난 6백60만톤(4천6백20만섬)으로 전망되므로 쌀수출확대에 주력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국은 경우에 따라서 통상압력을 통해 사실상 수의계약방식으로 미국쌀의 수입을 요구하거나 우리 정부에 조달청 구매방식(국영무역)을 포기하고 일반수입업자에 구매권을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호주는 우리나라 국민과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계통의 신종쌀을 최근 개발,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호주는 특히 일본의 쌀도매상들과 합자해 「선라이즈」사를 설립하고 일본 쌀 수입업자 라이선스를 획득하는등 유통면에서는 미국에 한발짝 앞서 있다.
태국은 세계최대의 쌀 수출국인데다 가격도 미국과 호주산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점을 내세워 우리나라 시장을 노리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공개입찰방식으로 쌀을 수입할 경우 값이 싼 태국등 동남아지역의 쌀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나라 쌀시장 개방을 주도한 미국이 자국산 쌀의 수출에 실패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영기 기자>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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