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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더 레인」(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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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더 레인」(영화평)

입력
199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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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황무지에 잠시 피었다 시든 비극적 사랑 통해 전쟁참상 상징적 묘사국내에서도 곧 개봉될 영화 「비포 더 레인」은 제목부터가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풍요와 정화의 비가 오기 직전, 메마를대로 메마른 인간성의 황무지에 잠시 피어났다가 시들어 버린 한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통해 보스니아 전쟁의 참상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다루는 대신, 그 여파가 몰아닥친 이웃나라 마케도니아를 배경으로 선정함으로써 객관성과 상징성을 성취하고 있다.

「비포 더 레인」은 3부작으로 되어 있다. 제1부의 배경은 마케도니아이고, 제목은 「말」이며, 대사는 마케도니아어와 알바니아어로 되어 있다. 침묵의 서원을 한 세르비아계 수도사 키릴은 쫓기고 있는 알바니아계 회교도 소녀 자미아를 숨겨 주다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키릴은 침묵의 계율을 깨고 말을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제2부 「얼굴」의 배경은 런던이고, 영어 대사이다. 런던의 사진 편집인인 앤은 전쟁사진들을 보며 전쟁의 공포를 간접 체험한다. 남편 닉과 종군기자 알렉산더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녀는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앤은 레스토랑의 총기 난사범에 의해 남편을 잃는다. 인간의 갈등과 싸움은 런던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사람들이 사랑을 잃고 절규한다.

제3부 「사진」의 배경은 다시 마케도니아이고, 대사도 마케도니아어와 알바니아어로 돌아온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런던의 종군 사진작가 알렉산더는 고국 마케도니아로 돌아간다. 그러나 고향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두 인종, 두 종교집단의 증오와 살육이었다. 조국의 현실에 고뇌하던 그는 알바니아 소녀 자미아를 구해주고 대신 동족의 총에 죽는다.

이 영화의 시간적 순서는 2부, 3부, 1부의 순서로 되어있다. 그것은 곧 이 영화 속의 사건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 와중에 죽어간 개인의 사랑과 삶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은 메마른 인간성의 황무지에 재생의 비를 가져올 것이다. 마케도니아와 영국, 프랑스의 합작인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대상과 국제 비평가협회 대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20일부터 코아 아트홀)<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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