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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인과의 대화/김경원 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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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인과의 대화/김경원 칼럼(화요세평)

입력
199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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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문제는 핵문제말고도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피해의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언론은 미국정부와 함께 한국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 공모하고 있다고 믿는 것같다.물론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보적 미국언론인은 과연 북한핵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며칠전 뉴욕에서 만난 미국언론인과의 대화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주로 경수로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경수로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은 북한의 입장이 어렵게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돈많은 사람이 가난한 친척에게 자동차를 선물할 때 받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익명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말했다.

필자는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은 친척에게 자동차를 선물하는 문제와는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경수로문제에는 복잡한 법률적·기술적 문제들이 개재되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는 계약이 필요하며 주계약자는 경수로비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한국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국민은 북한의 입장이 필요이상으로 어렵게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겠지만, 경수로비용을 부담하는 한국이 주계약자가 안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시원했다.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사람들은 돈이 권리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같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마음대로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미국도 돈을 내는 한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지요. 북한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만 한국이 한국경수로를 제공하되, 그 제공하는 방법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주계약자가 되는 것만 포기해준다면 되지요』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한국경수로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당신도 분명하게 글을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경수로 제공방법은 실제로 경수로를 제공하는 회사 이외의 다른 회사가 주계약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면 허위가 되지요. 구체적인 명칭등의 문제는 당신이나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실무자들이 해결할 문제지요. 그런데 일본이 경수로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한 셀리그 해리슨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말도 안됩니다.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어서 심각하게 생각해볼 가치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인들은 무슨 근거로 미국회사들이 북한경수로사업을 맡으려고 음모하고 있다고 믿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필자로서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만 미국기업들이 그런 저의가 없다면, 북한경수로사업에 주계약자가 될 기획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런 반론없이 듣기만 했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소위 「평화조약」문제를 끄집어 내보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한국이라는 실재를 하루 속히 인정해야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풀리기 시작할텐데, 그들은 최근에도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만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한반도에서 한국의 군사력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와 안정을 논할 수 있습니까. 물론 북한은 한국의 성공을 인정하는 것이 몹시 괴로울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한국이라는 엄연한 존재를 인정하게 될 때 비로소 한반도에 안정이 찾아오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소개한 대화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진보적 언론인이라고 해서 모두 북한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서방지식인들은 북한의 비이성적인 태도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반드시 남한측의 정책을 모두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서방지식인들과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에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자세를 견지하는한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를 통해서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워싱턴에서 <사회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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