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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기법 대중화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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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기법 대중화 뜨겁다

입력
1995.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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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실제처럼 집짓고 싸우고 여행하고…/미·독선 의술개발·차만족도조사등 활용 큰효과/국내서도 디자인·오락이용… 보급확대 서둘러「가상현실」(VR)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공의 세계에 들어가 실제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법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아파트등의 인테리어디자인에 가상현실기법이 등장하고 가상현실오락관이 설치돼 신세대들에게는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가상현실을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이제 미국등을 중심으로 정보통신 관련기술을 한차원 끌어올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를 굳히며 멀지 않은 미래에 PC통신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서비스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지역에 위치한 컴퓨터하드웨어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의 가상현실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상현실이 결코 공상과학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3차원영상을 즐길 수 있는 특수안경을 쓰고 PC앞에 앉아 마우스를 조절하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전기톱으로 통나무를 원하는 모양대로 가공하는가 하면, 자유자재로 색상을 바꾸고 가구를 배치하여 각양각색의 실내공간을 연출할 수도 있다. 또 공룡이 떼를 지어 나타나면 이들과 신바람나는 「가상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모니터에 등장하는 영상과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향은 실제와 다름없이 생동감이 넘친다.

장소를 옮겨 가상현실극장에 입장하면 가상현실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다. 사방을 가상현실 스크린으로 꾸민 이 극장의 한가운데 서면 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상징되는 널찍한 고속도로를 따라 주변의 진기한 풍경들을 감상하며 실제로 차를 모는 것처럼 쾌속드라이브를 만끽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가 지난해말부터 시판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영상을 3차원으로 처리하는 그래픽프로세서(1만2천달러·약 9백16만원)를 포함해 2만달러선으로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아직 벅차다. 하지만 가상현실에 매료된 사람들과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 최근에는 매일 30개 이상이 팔리고 있다.

이 회사의 루벤 페레이라 가상현실연구부장은 『기술발전과 수요증가에 따라 내년초까지는 시스템가격을 1만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며 『가상현실은 마우스조작만으로 모든 사물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 볼 수 있어 제품생산 연구개발 교육 마케팅 오락 등에 큰 효용성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상현실은 이미 각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생산업체인 메르세데스 벤츠사는 가상현실기법으로 차량의 내부설계도를 만든 후 고객의 만족도를 평가해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 UCLA대학의 한 건축연구소는 LA폭동이후 폐허가 된 지역을 복구하는 데 가상현실을 이용해 이상적인 지역재개발 구상도를 완성했다.

또 미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은 환자의 신체내부를 3차원으로 정밀관찰할 수 있는 가상현실의료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봅슬레이팀은 92년동계올림픽에서 가상현실을 훈련에 응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가상현실은 군사작전, 주식투자, 우주연구, 컴퓨터게임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는 특히 가상현실기법을 응용해 먼거리에 있는 상대방을 3차원영상으로 스크린에 올려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상현실회의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멀지 않아 거리에 관계없이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영상전화와 화상회의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사뿐 아니라 휴렛패커드사 IBM사 등의 컴퓨터업체들이 앞다투어 가상현실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처럼 가상현실이 갖는 엄청난 위력 때문이다.

◎「가상현실」 기법 발전과정/67년 미 서덜랜드박사 「시스템」 첫선/72년 모의비행장치·89년부터 SW나와

최첨단컴퓨터기술로 일컬어지는 가상현실(VR)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30년간의 꾸준한 연구 개발이 필요했다. 가상현실 개념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65년 「컴퓨터그래픽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이반 서덜랜드박사가 「궁극적인 표현방식」이라는 논문에서 가상현실의 발전가능성을 제기하면서부터이다. 서덜랜드박사는 2년후 컴퓨터그래픽기법을 이용해 머리에 특수장치를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초보단계의 시스템을 개발해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서덜랜드박사는 2년후 컴퓨터전문가 데이비드 에번스와 공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3차원영상으로 꺼내볼 수 있는 획기적인 가상현실시스템을 완성했다.

이후 가상현실은 업계와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72년 미 제너럴 일레트릭사가 「가상현실 비행장치」를 개발해 컴퓨터를 이용한 항공훈련의 기반을 만들었고 83년부터는 「가상현실」이 컴퓨터분야의 공식용어로 쓰이게 된다.

80년대는 가상현실기법이 양적 질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한 시기. 미 항공우주국(NASA)은 85년 세계 최초로 상용시스템을 만들어 항공과 우주관련 연구개발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89년 들어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데스크사에 의해 개인용 가상현실시스템이 나와 업체간의 가상현실시스템 개발경쟁이 불붙었다. 이어 센스8이라는 소프트웨어업체는 90년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시판해 가상현실의 실용화에 큰 역할을 했다.

90년대 들어 가상현실기법의 효용성 때문에 대부분의 컴퓨터업체들이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으며 경제 과학 의학 군사 등 각분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군사관련 가상현실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4년간 5억달러(4천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을 세울 만큼 가상현실은 차세대의 핵심기술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마운튼뷰(미캘리포니아주)=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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