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올리고 돈먹고 공생장사/백만원 대출때 특판직원·사채업자 5만원씩 챙겨/“구두상품권 헐값된 이유알만”유명 제화업체 직원들이 신용카드 사채업자들과 결탁, 고리사채놀이에 끼어든 사건은 구두 상품권이 시중에 홍수를 이루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신용카드 대출은 보통 사채업자가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산 것처럼 매출전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이번 사건에서는 유명 제화업체들이 이 유령회사 역할을 했다.
카드사채업자들이 이용하는 유령회사는 영업활동은 없이 매출액이 급증, 쉽게 은행과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주목을 받는 것을 피하려는 사채업자들과 상품권 판매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화업체 직원들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서로 결탁하게 됐다.
이들의 장사 수법은 상당히 복잡하다. 제화업체 상품권판매 전담부서인 특판부 직원들은 먼저 회사 명의의 백지 매출전표를 사채업자 임성혁(34)씨에게 넘겼다. 임씨는 80만원의 급전을 빌리려는 고객에게 1백만원어치의 구두를 신용카드로 구입한 것처럼 가짜 매출전표를 작성, 선이자 14%를 뗀 86만원을 준다.
특판부 직원들은 임씨에게서 1백만원짜리 가짜 매출전표를 넘겨받고 대신 액면가 1백20만원어치의 구두 상품권을 준다. 이 상품권을 전문할인업자에게 할인해 팔면 91만원어치가 된다. 제화업체에서도 91만원어치를 판 것으로 계산한다. 사채업자는 당초 86만원을 빌려주고 5만원을 남긴 셈이다.
특판부 직원들은 카드 결제기일이 되면 은행에서 대출자들이 입금한 1백만원중 수수료 4만원을 제외한 96만원을 받아 회사에 상품권 매출액으로 기록된 91만원만 입금하고 나머지 5만원을 챙긴다.
결국 카드대출 고객이 낸 1백만원으로 제화업체는 91만원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특판부직원과 사채업자는 5만원씩을 챙기는 「공생관계」를 유지한 것이다.
검찰은 특판부 직원들의 상품권 장사와 사채놀이에 회사측이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두 상품권이 시중에 범람하는 상황에서 제화업체들이 이런 사정을 몰랐다는 것은 의혹이 가는 대목이다.
검찰은 일반대기업들도 상품판매를 가장, 허위 매출전표를 작성해 무자료거래에 사용하고 상품권을 카드사채업자에게 넘겨 상품권 덤핑판매를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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