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그림값은 터무니 없이 비싸다. 작가에 따라서는 호당 몇백만원을, 작고작가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작품수준보다 이름에 따른 체면이 그림값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때문에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화랑협회등이 8일까지 개최한 「한집 한그림 걸기」라는 5월 미술축제는 이런 비현실성을 타파하기 위한 첫시도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이번 행사는 ▲5백여명의 화가와 전국 1백17개 화랑이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나섰다는 점 ▲2천여점의 작품을 지금까지의 1점당 그림값에 비하면 액수가 적은 1백만∼50만원에 판매했다는 점 ▲이 그림들이 거의 팔려나갔다는 점등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림의 대량 염가판매를 통해 미술의 대중화를 시도한다는 의도는 좋았다. 뜻한대로 평소 비싼 그림값 때문에 그림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많은 애호가들이 참여했다. 일부 작품은 추첨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행사가 겉으론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술의 대중화란 본래의 참뜻을 살렸느냐 하는 점에선 부정적이다. 행사의 내용이 의도를 따르지 못했다. 출품작품 거의가 행사의 의도를 의심케 하는 1∼2호의 소품으로 애호가들의 그림사랑을 충족시키기보다는 간지럽힐 정도에 불과한 작품이었다. 그 정도 크기의 그림이 1백만원이라면 가격도 결코 싼 것이 아니었다.
이번 행사는 그림의 「가격파괴」라 하여 흥미를 모았다. 하지만 그림이 왜소해졌을 뿐이지 가격이 크게 내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오히려 「그림파괴」다. 수요자들이 손바닥만한 그림 속에서 작가의 그림세계와 예술성을 얼마나 느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유명작가의 이름을 자기집 벽에 걸어놓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식의 그림으로 미술의 대중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동안 그림은 예술품으로서 보다는 사치품이나 투기의 대상이 돼왔다.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판매가치 자체가 중요시됐다. 이번 행사도 이같은 분위기를 떨치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다. 화가나 화랑이나 미술의 대중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요자들도 화가의 이름보다는 작품의 예술성에 무게를 주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어느 예술이나 마찬가지지만 미술도 대중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미술은 인간의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심어주는 생활속의 예술이다. 미술의 대중화는 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작품의 질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미술계의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아무 그림이나 값만 적은 것이 「한집 한그림 걸기」 운동이어서는 안된다. 그림다운 그림이 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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