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달아주던 모습 자꾸 떠올라/“차라리 정없는 나무로 환생하자” 기도『준형아 준희야, 우리 다시 만나면 정이 없는 나무로 환생하자꾸나』
대구 도시가스 폭발참사로 준형·준희 쌍둥이 아들(15·영남중 2년)을 모두 잃은 김상돈(42·회사원)·조분순(40)씨 부부는 사고직후부터 어버이날인 8일 새벽까지 줄곧 팔공산 파계사 법당에서 부처님께 빌며 형제의 영혼을 달랬다.
지난달 30일 파계사 다비장에서 두아들을 가슴에 묻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치게 되살아나 다시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탐욕 부정 비리가 가득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심심산골에서 마주보고 서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정」이 없는 나무로 다시 태어나 만나자고 빌었지만 자식들과 부대끼던 15년간의 정을 생각하니 눈물이 한없이 앞을 가렸다.
평소 두아들과 함께 출근하던 김씨는 사고가 나던 날, 다른 약속이 있어 집에 있다 두아들만 먼저 딴 세상으로 보냈다. 『그때 같이 죽었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을텐데…』 땅을 치고 통곡을 해보지만 가슴속 회한은 지워지질 않고 더 진한 슬픔으로 밀려온다.
『지난해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어머님 은혜」를 불러주던 아이들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빠 엄마의 결혼기념일에까지 선물을 준비해주던 기특한 아이들이었다. 부부는 어린이날을 애통속에 보냈고 또 카네이션 달아줄 아이들이 없는 어버이날을 비통속에 보내야했다.<대구=전준호 기자>대구=전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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