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품 전문점·미용실 등 “우후죽순”/모델선발·미인대회 입상 “성공보증”러시아 여성들의 「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구소련시절 러시아여성들은 남녀평등이라는 구호하에 작업장등에서 남성과 같은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미에 대한 관심을 가질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현재는 보다 세련되고 아름다워지려는 여성들의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추세는 미에 대한 여성들의 자각과 함께 서방의 영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스타킹이나 향수, 숙녀복등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시절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져 모스크바만 해도 여성용품 상점이나 화장품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돈이 없어 구입은 못해도 물건이 없어 살 수 없다는 말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로레알, 에스테 로데, 크리스찬 디오르등의 화장품들이 모스크바를 휩쓸고 있으며 유럽의 최고급 숙녀복들도 거리의 쇼윈도를 장식하고 있다. 패션관련 잡지들도 꾸준히 발행부수가 늘고 있으며 TV광고에서 여성용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인 여성지인 코스모폴리탄의 러시아판이 43만부나 발행돼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발행부수가 많은 곳이 됐다.
러시아여성들의 미에 대한 자각은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고 있다. 우선 과거 비서직등은 타자를 잘치고 서류정리를 깔끔하게 하면 됐으나 이런 기본 기준이외에도 이왕이면 「미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고 있다. 상점 점원의 경우도 나이가 많거나 몸매가 빼어나지 않으면 취직하기 힘든 대신 미모를 갖춘 젊은 여성일 경우 쉽게 고용된다.
이러다 보니 각종미인대회는 물론 패션모델 선발대회에 젊은 여성들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대회에서 수상할 경우 많은 상금은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대우받을 수 있는 직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올해초 모스크바출신의 톱모델 나탈리아 세마노바(15)가 일약 세계패션계에서 「슬라브 뷰티」선풍을 일으킨 것도 젊은 여성들의 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모스크바에는 최근 여성들의 헤어스타일부터 매니큐어, 보디마사지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살롱들이 크게 늘어났으며 일급미용사의 경우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형편이다. 비용도 1백달러가 넘지만 돈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몸매 가꾸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또 에어로빅 강습소와 헬스클럽도 젊은 여성들로 만원을 이루고 회원권이 2천∼3천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슬라바자이체프등 일급디자이너들이 경영하는 전문모델 에이전시에는 모델희망자들이 연일 찾아와 모델이 되는 방법을 문의하고 있다.
서방패션전문가들은 러시아여성들이 기본적으로 다리가 곧고 길며 머리색깔이 금발부터 검은 머리까지 다양한데다 얼굴이 갸름하고 우수도 띠고 있어 자질면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다만 헤어스타일이나 옷맵시등이 세련되지 못한데다 무대매너가 서툴러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가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옷잘입고 몸매나 가꾸는 여성이면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매춘부나 직업여성인 것으로 치부되던 과거와는 달리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는 여성미를 살리면서 일도 잘하는 여성이 높이 평가받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러시아여성하면 뚱뚱한 몸집에 털외투를 입고 상점앞에서 줄을 선채 물건을 사려는 이미지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쭉빠진 몸매에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모스크바시내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의 여성상은 크게 바뀌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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