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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지검 전경배 검사(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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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지검 전경배 검사(달리는 지구촌 한인들)

입력
1995.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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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3대 지검의 살인수사 베테랑/동양계 조직범죄도 전담/“한인이 한인잡는다” 때론 곤혹/판사나 연방법무부 진출 꿈이 가운데 실제로 배심원을 앞에 두고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은 대부분 재판부 검사들 몫이다. 재판부에서도 가벼운 범죄는 신참 검사에게, 강력 범죄는 경력이 오랜 검사에게 배당된다. 살인사건은 그중에서도 베테랑급이 맡는다.

맨해튼 지검 최초의 한인검사 전경배(미국명 대니얼 전·33)씨는 재판부 살인사건 전담검사다. 맨해튼 지검에 몸 담은지 9년째, 살인사건 전담 4년째다. 보통 6∼7년은 지나야 살인사건을 다룰 수 있는 데 비해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살인사건 외에도 6년째 동양계 조직범죄수사 검사를 겸임하고 있다.

미국의 검사들은 박봉이다. 비슷한 수준과 경력의 법률회사 변호사들이 받는 연봉의 30%에도 못미친다. 자기가 발 벗고 나서서 챙기지 않는 다음에야 알아서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검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궁핍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히 마음 먹은 바가 없으면 지원도 하지 않을 뿐더러 오래 견디지도 못한다. 전씨는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하고 조심스럽게 서두를 뗀 뒤 『이왕 법조인이 될 바에야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검사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맨해튼 지검 같은 곳에 한인 검사가 있으면 한인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그러나 자신이 한인이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한인 범죄조직은 거의 다 그가 다루다보니 『한인이 한인을 잡는다』는 말이 돌게 됐다. 검사도 사람인 이상 한인 범죄자에 대해선 아무래도 다시 한번 배려하게 되는데도 돌아오는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지난해 1월 재판이 있었던 한국유학생 살인 사건은 아직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 유학생들이 맨해튼의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는데 돈이 모자라는 바람에 그 술집을 돌본답시고 무상으로 드나드는 한국인 깡패들과 시비가 붙게 됐다. 시비는 패싸움 양상으로 번졌고 깡패중 한명이 쏜 총에 19살난 유학생이 맞아 숨졌다. 유학생들은 뿔뿔이 한국으로 달아나 버리고 깡패들은 잠적했다. 술집측에선 깡패와의 관련이 문제가 될까봐 아예 모르는 것으로 일관했다. 고생 끝에 범인을 붙잡아 12년형을 선고받게 했는데 이 범인이 『가석방되면 너부터 죽이겠다』고 이를 갈았다. 같은 한인끼리 한심하기도 하고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했다.

73년 11살 때 이민온 전씨는 존스 홉킨스대 의예과에 진학했으나 「실험실 냄새가 싫어」 2주만에 철학및 정치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뉴욕 포담 로 스쿨을 졸업했다. 전씨는 맨해튼 지검에서 경력을 쌓은 뒤 워싱턴 연방 법무부에 들어가거나 판사가 되고 싶어한다. 어느 쪽이건 법정에 서는 법조인으로선 선망의 대상이다. 박봉과 격무에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는 그에게서 한인 검사의 미래를 본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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