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건보도보다 병폐근절 운동앞장서야이웃 일본에서 독가스 테러사건이 터지자, 우리도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요란하게 훈련을 해대더니, 대구 가스폭발사건이 터졌다. 가스테러는 외부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그것도 우리의 바로 발밑에서 말이다. 우리는 또다시 자신의 발밑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보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구 가스폭발사건은 세계화가 외부가 아니라 바로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는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가시적인 전시행정에만 급급해왔다. 그래서 그럴듯한 부실건물들이 지상에 올라가고 있는 동안, 지하는 엉망진창이 되도록 방치했고 그 결과 지금 지하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사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땅밑을 의식하며 나날을 지내야만 하는 국민의 심정은 불안하기만 하다. 과연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약속하는 복지국가의 도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보도는 신속하고 정확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사건보도에서 벗어나 이같은 병폐를 근절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에 언론이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위험은 비단 도시가스뿐만 아니라 가스가 가득차 있을 수도 있는 수많은 복개도로의 지하에도 항존해있다. 철저한 안전의식이 없으면 그것들은 차례로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척도중 하나는 고도의 안전의식이다. 지난주 국내 일간지들을 보면서 전국민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한국일보가 보다 많은 기획기사들과 보다 강도높은 캠페인을 벌여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당국은 선거를 의식해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우선 떨어진 불을 끄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거기에 우리의 치부가 세계에 알려져 좋을 것 없지 않느냐는 원시적인 애국심도 동원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외국에 감출 수가 없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과감히 알리되 고베지진에서처럼 그 문제에 대처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세계의 찬사를 받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5일은 어린이날이었다. 언론은 그날 하루 서울에서만 미아발생건수가 1백여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안전의식 부재때문이다. 어떻게 아이의 손을 잠시라도 놓을 수가 있으며, 한눈을 팔 수가 있는가. 그것도 어린이날에 말이다. 신문은 다시한번 소년소녀 가장들과 고아들, 그리고 학대받는 어린이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대구참사로 사라져간 어린 목숨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불행히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성수대교붕괴때 죽은 아이들은 이미 우리의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그들의 불행에 우리사회는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아이를 낳아서 버리고 다치게 하고 죽이는, 어른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영아방기와 아이들의 안전사고, 각종 동반자살 속에 살고 있다. 한국일보같은 주요일간지들의 어린이날 보도 초점은 가족들의 유원지 나들이 보다는 소외된 어린이들의 그늘진 삶에 맞춰져야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일보가 블록화하면서 전체적인 구도가 보다 짜임새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읽을거리 역시 더 많아졌다. 그러나 그저 비슷한 기사들을 모아 단순히 공동의 제목만 붙인 경우가 되지않도록 늘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곧 각 블록 사이의 확실한 변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적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신문만이 독자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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