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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스며드는 상술” 미국 담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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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스며드는 상술” 미국 담배산업

입력
1995.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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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공세로 국내소비감소 막은후 자유무역 기치 제3세계 파고들어/여자·어린이 안가리고 “흡연” 유혹/미 농산물무역흑자의 35%나 차지감소 일로를 걷던 미국의 흡연율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세계 담배소비량은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담배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수출전략에 힘입어 담배연기가 더 맹렬히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의 과학전문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5월호는 「세계로 번지는 담배 전염병」이란 커버스토리를 통해 담배 산업을 재조명했다.

미국의 성인 흡연자수가 90년 이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청소년 흡연자 비율도 최근 1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보면 지난 20년간 담배생산량은 매년 2.2%씩 증가해 왔다. 세계 인구증가율 1.7%보다 높은 수치다. 개발도상국들의 계속적인 소비증가에 힘입어 세계 담배소비는 금세기말까지 매년 2.9% 증가가 예상된다. 이같은 추세를 분석하기 위해선 담배의 중독성등에 초점을 맞춰온 지금까지의 방법에서 탈피해 담배산업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흡연율이 더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저가 담배의 인기급상승이 한 원인이다. 저가 담배의 시장점유율이 87년 10%에서 93년에는 36%로 늘어났다. 이 바람에 유명 브랜드 담배들이 여러차례 가격을 내렸다. 이러한 가격경쟁이 계속되면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교묘하고 끈질긴 광고와 마케팅 전략도 담배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다. 각종 운동경기 후원과 무료담배 살포에 그치던 담배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이제는 소수민족·여자·어린이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상습적으로 흡연을 시작하는 나이가 지난 몇십년간 계속 낮아져 이제는 14.5세가 됐다. 상습흡연자의 90%가 21세 이전에 담배를 시작한다.

마케팅 규제와 소비세 인상이 미국내 흡연감소에 효과를 가져온다 해도 담배업계는 수출이라는 보충 수입수단이 있다. 미국내 담배소비가 한동안 감소해왔음에도 생산이 계속 증가한 것은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84년 전체 생산의 8%에 불과했던 미국의 담배수출은 지난해 30%로 늘어났다. 담배잎 수출은 전체 생산량의 34%를 넘는다. 담배수출 세계 1위의 미국은 담배에 대한 규제가 약한 후진국 시장을 무혈 접수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 각각 3개씩 있는 6대 국제담배회사들은 개발도상국 진입에 별다른 애로를 겪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들 회사의 광고가 개발도상국에 진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점유율 잠식보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홍콩의 경우 1%선의 흡연율을 보이고 있는 여성들이 이들 회사의 주 공략 광고대상이다. 1830년대에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팔아먹으려 혈안이 되었던 것과 다름 없다.

담배회사들이 자유무역을 등에 업고 제 3세계로 진출하고 있다는 지적에 미국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담배수출 흑자가 전체 농산물 무역흑자의 3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정부의 태도를 설명해주는 한 단서다.

의료단체들이 담배회사들의 무역행위와 관련해 여러차례 의회에 청원을 했으나 의회는 묵묵부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용과 수출용 담배의 건강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흡연경고문 내용및 담배성분·광고·판매등에 대해 일일이 규제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는 담배에는 이러한 규제가 전혀 없다.<뉴욕=홍희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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