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인종차별 신랄한 해부/“할리우드는 백인전용 놀이터”… 블랙아메리칸 필름 개척자미국 사람들은 헌법상으로는 모두 평등하지만 실제로는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2등 국민이나 다름없다. 악바리 스파이크 리(SPIKE LEE·38)가 작품을 통해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공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돌한 재주꾼 리는 뉴욕에 살면서 「할리우드는 백인 전용 놀이터」라고 헐뜯어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 났다. 지난 92년 그의 대하극 「말콤X」가 주연남우상 등 달랑 2개 부문에서만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지명됐던 것도 리에 대한 할리우드의 보복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흑백문제를 신경을 건드려 가며 가차없이 강렬하고 심각하게 파헤친 사회문제 드라마이자 재미있는 코미디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89년 유니버설 작)는 리를 블랙아메리칸필름의 개척자 위치에 올려 놓은 걸작이다. 뉴욕의 백인지역 하워드비치에 잘못 들어 갔다가 백인들에게 맞아 죽은 흑인 청년사건에 자극을 받아 만들었다. 리는 제작·감독·각본·주연등 1인4역을 했는데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빅히트했다.
뜨거운 여름날 브루클린의 흑인지역 베드포드 스타이브샌트의 피자가게를 무대로 흑백충돌을 다뤘는데 인종문제를 처음으로 통찰력 있게 그렸다는 칭찬과 위험한 선동적 영화라는 비난을 함께 받았다.
20년간 피자가게를 꾸려온 이탈리아계 샐(대니 아이엘로)과 피자 배달원인 흑인 무키(스파이크 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이 나와 너도나도 인종문제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흑인동네에서 벌어 먹으면서 왜 가게 벽에 흑인사진은 없고 알 파치노와 프랭크 시내트라 같은 이탈리아계 사진만 걸어 놓았느냐는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된 흑백긴장은 결국 파괴와 방화와 난동으로 끝이 나고 만다. 그러나 폭동의 진짜 원인은 흑백간의 몰이해와 증오, 그리고 비타협이다.
영화에는 한국인도 나온다. 피자가게 맞은 편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흑인동네에서 돈버는 죄로 흑인들한테 『XX놈의 한국놈』이라는 욕을 얻어 먹는다. 그런데 김씨가 보통이 아니어서 서툰 영어로 『XX놈』이라고 맞받아치는 모습과 폭도들에게 『너희들이나 나나 세임이야』라며 빗자루를 들어 내젓는 연기는 요절복통할 만하다.
애틀랜타 태생인 리는 두살 때 브루클린으로 이주했다. 애틀랜타 모어하우스대 재학시절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80년 뉴욕대학원 영화과 졸업작품 「조의 베드-스타이 이발소:우리는 머리를 자릅니다」로 재주를 인정받았다.
86년 로맨틱코미디 「그녀는 가져야 해」로 주목받는 데뷔를 했다. 흑인대학내 생활을 풍자한 「스쿨데이즈」와 흑인 재즈연주자에 관한 「모 베터 블루스」에 이어 다시 흑백문제를 다룬 「정글 피버」(91년)를 만들었다. 백인 여자와 연애한다고 오해를 받아 살해된 10대 흑인소년의 사건이 동기가 돼 만든 이 영화는 흑인 남자와 백인 여자간의 성관계의 문화·사회적 근저를 맹렬히 파고든 작품이다.
「40에이커와 노새 1마리 필름 웍스」라는 자기제작사를 갖고 있는 리의 영화는 흑인이 받는 사회적 부당한 대우를 얘기하면서도 흑백 모두에게 어필한다는데 매력이 있다. 자기선전에 능하고 도전적인 그는 장사속도 밝아 뉴욕과 LA에 자신의 상품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를 냈고 프로농구팀 뉴욕닉스의 극성팬이기도 하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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