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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따오기」 멸종위기 열도가 침울/자연보호 상징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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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따오기」 멸종위기 열도가 침울/자연보호 상징의 새

입력
1995.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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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죽고 늙은 암컷만 남아 중국산과 국제결혼/죽기전 남긴알도 “씨없는 수박”/「쥬라기공원」 꿈꾸며 세포 냉동보관●학명­니포니아 니폰

●이름­미도리

●성별­수컷

●특기사항­특별천연기념물

새 한마리의 죽음이 일본전역에 슬픔과 자탄을 몰고 왔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그」의 곡절많은 삶을 회고하면서 국민적 슬픔을 어루만지고 있다. 유전자냉동보존등 부활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분주하다. 지난달 30일 돌연 21∼23세로 추정되는 삶을 마감한 「미도리(녹)」는 멸종이 임박한 일본산 따오기의 유일한 수컷이었다. 일본의 특별천연기념물이자 국제보호조였다. 이제 정말로 외토리가 된 암컷 「긴(금)」은 나이가 28세의 고령이고 오래전부터 생식능력이 없었다. 학명 「니포니아 니폰(NIPPONIA NIPPON)」의 종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미도리는 일본자연보호운동의 상징이었다. 일본국민들은 건강한 삶과 번식을 기대하며 미도리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와 안타까움을 반복해왔다.

미도리와 암컷 4마리등 마지막 야생따오기 5마리가 니가타현에서 포획된 것은 지난 81년 1월. 그이후 미도리는 니가타현 사와타리시마(좌도도)에 있는 따오기 전용보호센터에서 살아왔다. 암컷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나 번식은 번번이 실패했다.

미도리와 처음 짝짓기를 했던 「시로(백)」가 산란중 난관협착으로 죽는등 암컷들이 차례로 죽어 86년 6월부터는 미도리와 긴만이 남았다. 긴과의 짝짓기도 성공했으나 고령인 긴은 미도리의 혈통을 이어주지 못했다.

애초부터 야생상태보호와 인공사육을 둘러싼 논쟁을 거쳐 인공사육을 결정했던 일본정부는 초조해졌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중국산 따오기와의 국제결혼.

미도리는 90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북경)동물원에서 중국산 따오기 「야오야오」와 새살림을 차렸다. 야오야오가 92년 두개의 알을 낳았으나 무정란으로 판명됐다. 2년간의 계약결혼이 끝나고 귀국하게 된 미도리는 「번식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이같은 판정에도 불구,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94년3월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당시 일총리는 리펑(이붕)중국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따오기의 「대여」를 요청했다. 6개월뒤 중국에서 수컷 「롱롱」과 암컷 「푸앙푸앙」이 사와타리시마의 보호센터로 건너왔다. 롱롱은 3개월뒤 돌연 사망, 일본의 입장을 난처하게 했다. 미도리는 올해들어 일본에 커다란 기쁨을 안겨줬다. 지난 4월 푸앙푸앙과 새살림을 차리더니 곧바로 교미에 성공했다. 푸앙푸앙은 산란을 시작, 지난달 14일까지 5개의 알을 낳았다.

비록 중국산 암컷의 몸을 빌린 것이기는 했지만 미도리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일본은 흥분했다. 미도리는 푸앙푸앙의 산란후 보호센터측이 진짜알대신에 넣어준 가짜알을 푸앙푸앙과 교대로 품는 부성애를 보였다. 미도리는 진짜알이 한창 인공부화중인 상태에서 14년간의 비원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달 30일 돌연 혈관계통의 장애로 죽음을 맞아 일본인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그러나 미도리는 다섯개의 알을 일본인들의 희망으로 남겼다.

남아있는 다섯개의 알은 반쪽이라도 일본산 따오기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열쇠를 쥐고 있다.

사실 미도리의 해부결과 정소가 미발달상태로 정자가 없었음이 확인됐지만 그래도 오는 10일께면 드러날 인공부화결과가 기적을 낳을 것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또 유전자 기술이 훨씬 발달하게 될 미래에 미도리의 유전자를 추출, 복원하기 위해 미도리의 생세포를 냉동보존하기로 했다. 영화 「쥬라기 공원」같은 기적의 부활을 가져 오리란 흐릿한 희망만이 미도리의 죽음뒤에 남았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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