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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김주연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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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 김주연교수 인터뷰

입력
1995.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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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인간을 구원하는 사랑”/영상매체의 위세속에도 글쓰기 힘 여전히 강력한국일보사가 평론가, 소설가인 고 팔봉 김기진(1903∼1985년)선생의 유족들의 기금으로 제정한 「팔봉비평문학상」이 6회를 맞았다. 팔봉의 10주기인 올해의 수상자는 숙명여대 독문과교수 김주연(54)씨. 김교수는 66년 「카프카론」으로 비평활동을 시작, 많은 저작을 통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펼쳐왔다. 수상자 인터뷰와 심사경위, 심사평을 싣는다.【편집자 주】

비평집 「사랑과 권력」으로 수상자로 선정된 김주연씨는 책머리에서 문학의 힘을 옹호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문학의 창조적 파괴의 힘이, 과연 어떤 테크노피아 속에서 사라져버릴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나는 별로 두렵지 않다. 그 오랜, 운명적인 힘은 필경 컴퓨터도 부수고 그것에 의해 조작·지배되는 권력의 세상도 마침내 부술 것이니까.…문학은 결국 사랑, 마지막 사랑일 것이다. 종말의 세상에서도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는 신의 사랑을, 문학은 닮지 않을 수 없다』

30년 가까이 평론활동을 해오며 9권의 평론집을 냈고 78년이래 대학강단에서 독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그는 문화 전반, 나아가 우리 삶에서 문학이 가지는 힘에 대해 아직도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다. 영상매체에 활자문화가 희석돼가는 이 시대 문학의 영향력에 대해 때로 의구심을 품는 젊은 문학인들과 달리 구시대적일지는 몰라도 정통적 사고가 가진 아름다움과 가치를 통해 문학의 표피적 변화 속에 감추어진 내밀한 진실을 발견하고 해석한다.

70, 80년대를 거쳐온 우리 평단을 개괄한 글에서 그는 문학평론이 작품에 대한 언어적 성찰을 통해 문학 자체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문화적 기능과, 그것이 문화운동으로까지 연결돼 사회개혁에 구체적 힘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글 역시 71년 「문학과지성」 동인활동 이래 「해설」과 「가치판단」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져 왔다.

초기에 최인호 황석영 조선작 김주영등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대중문학의 형성·산업사회와 작가의 문제에 주목했었고 80년대부터는 우리 문학에서의 종교의 역할에 눈을 돌려 범속성과 초월성의 문제를 바탕으로 문학의 정신사적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그가 서정주 김지하 황동규 정현종 조정권 이성선 최동호등의 작업에 주목하거나 대중문화와 우리 문학의 미래에 대해 근자에 발표한 글들은 이런 평론자세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는 대중문화가 순수문학을 포위하는 환경에서도 문학의 생명력과 새 문화에의 적응력을 믿고 있다. 새로운 기술환경과 대중문화에서도 문학적인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대녕의 작업들이 「기시감」이라는 방법을 통해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장치를 순수문학에 원용하고 있는 것들이 좋은 예라고 지적한다.

최근의 평론경향과 젊은 비평가들에 대해 그는 『동시대 작가들에 대한 작가론적 성찰을 거쳐 근자의 문학경향을 구체적으로 해부하려는 노력이 드물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학의 위기감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진술이 아니라 개별 작가들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드러나고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63년말 대학졸업예정자 자격으로 경향신문시험에 합격, 6년여의 기자생활과 글로 신문에 간여했던 것을 빼면 그는「상황과 인간」 「현대 한국문학의 이론」 「문학과 정신의 힘」 「뜨거운 세상과 말의 서늘함」등을 통한 꾸준한 평론작업과 「고트프리트 벤 연구」 「독일시인론」등으로 독문학 연구에 정진해왔다. 그는 『깊은 밤 스탠드 불빛 아래 혼자 앉아 내가 보고 읽은 문학에 대해 외롭게 글 써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고독하게 문학과 대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경위/팔봉사상의 확장에 주안점/본심에 오른 6권 모두 수준작

엄정한 심사와 이에 상응하는 수상자들의 문학적 업적으로 인해 날로 그 권위를 더해가고 있는 팔봉비평문학상이, 팔봉의 서거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6번째 수상자를 내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비평문학상의 심사에 임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해석상의 개인차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팔봉선생의 비평적 탐구와 고뇌가 어떻게 후배 비평가들에 의해 확대되고 심화되는지를 보겠다는 근본적인 일치점이 있었다. 그 결과 산업화와 기술문명의 발전이 새롭게 구성해 놓은 감정없는 현실세계를 향해 정열적으로 「사랑」의 정신을 역설하고 있는 김주연씨가 만장일치로 6회 수상자로 결정되었음을 기쁜 마음으로 알린다.

질과 양의 관계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심사대상 평론집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어서 심사위원들을 조금 섭섭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본격적인 문학서들이 문화산업의 홍수에 떠밀려서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평론집에서부터 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진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20여권의 본격적인 평론집들을 검토하여 본심에 올릴 6권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그런 우울함을 말끔히 털어버리는 것 같았다. 기성평론가들이 구축하고 있는 중후한 자기세계와 젊은 평론가들이 내보이는 발랄한 자기모색이 사람들을 안심시킨 까닭이다.

6회 수상자를 결정하는 2차 본심은 별다른 논란없이 쉽게 마무리지어졌다. 최종적으로 압축된 3권의 평론집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번갈아 가며 한 번씩 의견을 개진했을 때 수상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오히려 그 다음이 더 길고 많았지만, 다음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수상자를 위한, 수상자의 글쓰기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는 일종의 축사거나 아깝게 탈락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에 지나지 않았다.<홍정선 문학평론가·인하대교수>

◎심사평/뜨거운 열정에 만장일치 낙점/「사랑과 권력」 상상과 사랑이 가득

금년도 심사대상에 오른 21권의 비평집 가운데 한 사람의 수상자를 고르는 일은 너무 쉽게 이루어졌다.

그것은 심사대상에 오른 비평집의 수준이 현격하게 구분되었다거나 수상작이 경쟁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는 수상자와 동일한 연배로 뒤늦게 평단에 등장해 새로운 시각과 뜨거운 열정으로 평단에 활력을 불러 일으킨 분도 있고 젊은 세대의 대표적인 비평가로 불릴 수 있을 만큼 신선한 감각과 탁월한 논리로 꼼꼼한 글읽기의 전범을 보인 분도 있었다. 그러나 금년에도 예년의 심사관례를 따르기로 한 원칙에 의해서 이들에게 비평적 연륜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드리기로 하고 「사랑과 권력」을 쓴 김주연씨를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이미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비평일선에서 활동해 온 김씨의 「사랑과 권력」은 그의 아홉번째 비평집으로 그가 우리의 평단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가늠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과 남다른 사랑으로 가득찬 평론집이다. 특히 현대문명의 급류에서 문학을 지키려 하고 새로운 세대의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그의 비평적 열정, 특히 한국시에 대한 다양한 이해는 이 평론집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적 해결과 분석적 깊이가 그 이전의 평론집에 비추어 자칫 탄력의 해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장일치로 금년도 수상자로 결정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대중매체의 보급과 문학의 상업주의가 문학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문학을 지키기 위한 그의 사랑과 열정, 일체의 권력과 제도화에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의 성찰과 지성은 우리 시대의 문학비평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추세는 김씨와 같은 열의있는 문학옹호자의 활발한 지적 노력을 더욱 요청하고 있다. 수상을 축하하며 건필을 기대한다.<심사위원=유종호 김윤식 김치수 염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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