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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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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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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날을 또한번 지내고 보니, 거듭 이 날이 행사의 날로 고착된듯한 반성론이 떠오른다. 다른 기념일과 비슷하게 중앙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곳곳에서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가정에선 나름대로 선물을 주랴 밖으로 데리고 나가랴 숨찬 하루를 보낸 셈이다. 이것이 과연 어린이 날의 전부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됨은 당연한 노릇이 아닐까. ◆행사도 좋고 잔치도 반길 만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양지와 응달이 갈린다. 어린이에 대한 과보호와 비보호 때문이다. 지금 전국엔 7천3백가구가 넘는 소년소녀가장이 있다. 이들이 과연 자기들의 하루를 밝게 지냈을까 아니면 오히려 더 울적하게 지냈을까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어린이만이 남은 불우한 가정은 해마다 늘어 간다. 발생원인이 과거엔 부모사망 탓이었는데 요즘은 다르다. 부모가 자녀를 버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를 잃은 어린이의 가정에 주어지는 생활비란 정부의 지원금과 결연자나 단체의 후원금 뿐이다. 그나마 그 액수가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최저생계비에 미달이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이들에게 「가장」이란 말을 붙여 주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정상가정에서 처럼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만 한다. 먹고 살만큼 대주면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은 너무나 냉혹하다. 그들의 속마음을 끌어안고 정서를 달래줄 도움이 더 절실하게 필요할 것같다. ◆지난 88년에 개정된 어린이 헌장 1항에 「가정이 없는 어린이에게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알맞은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구절이 담겼다. 이처럼 어린이헌장의 정신과 현실의 거리는 멀다. 어린이 날을 보내며 고개를 드는 반성론을 깊이 음미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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