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문제·체첸 항구휴전·나토확대 등 주지시켜야클린턴 미대통령의 한 고위 보좌관은 다음주로 예정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9일은 러시아인들이 위대한 애국전쟁으로 부르는 2차 세계대전의 50주년 승전기념일로 전임자인 레이건, 부시 전대통령이 노르망디상륙 50주년 기념행사등을 성대히 치러낸 것처럼 클린턴으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이다.
이같은 사실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도 잘 간파하고 있다. 따라서 워싱턴으로서는 사전에 러시아로부터 어떠한 양해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테러국가인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거래는 지속돼 이란의 핵무장이 추진되고 클린턴이 떠나면 체첸사태도 재개돼 한층 격화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문제에 대해서는 클린턴에 선심 쓰듯 종전의 극단적인 반대입장을 살짝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클린턴진영은 이 미끼를 「방문의 큰 성과」로 포장할 것임이 분명하다.
클린턴의 모스크바 방문이 어떻게 하면 옐친측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을까. 자칫 미국은 체첸에 대한 러시아측의 무자비함과 이란과의 공모를 묵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옐친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줄어드는데 반해 인기를 더하는 개혁주의자이다(이번 방문시 대통령이 반드시 단독대좌 해야할 사람중의 하나이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이 현재 직면한 문제를 미국인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말을 바꾸자면 클린턴 대통령은 이제까지의 「동반자가 될 수있다」는 말장난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제공되지도 못할 자금지원을 약속해서도 안된다. 이번 미·러시아 정상회담 의제를 작성할 보브 부어스틴씨를 위해 몇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1. 논의할 첫 의제는 러시아를 휩쓸고 있는 조직범죄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몇 세대전 마피아의 장악 아래 놓였던 우리들은 마피아의 실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들을 분쇄하기 위해 얼마만한 희생과 용기가 따라야 하는지 알고 있다.
2. 범죄에 따르는 것이 정부의 부패상이다. 미국에서도 오랜 진통끝에 이제는 어느 공직자라도 법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화이트 워터 청문회의 예를 들어서라도 이러한 사실이 곧 민주주의의 힘이라는 점을 역설해야 한다.
3. 선거를 정직하게 유지하는 것이 자유를 보존하는데 핵심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져야 할 뿐 아니라 공정한 자금, 언론자유, 야당후보들의 평등한 매스컴 접근권등이 보장돼야 한다.
4. 러시아인들은 「경제 안보」를 염려한다. 미국인들도 한때 실업률이 25%에 이르는 공황을 경험했다. 정부는 자유화를 통해 기업들이 영업을 재개,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경영을 탄탄히 할 세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전체기업의 절반이 사기업화한 러시아의 경제는 일단 제대로 된 길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나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5. 강력한 연방체제 유지를 원했던 러시아의 당초 시도는 옳은 것이었다. 잔혹한 내전상태로 만든 것은 미국의 실책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체첸에 항구적인 휴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우방(러시아)이 인종과 지역자치권을 존중하는 평화에 대해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클린턴은 러시아가 대국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나토의 확대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점을 솔직히 주지시켜야 한다. 나토에 러시아인들의 협력을 요청해 50년전과 같은 전쟁 발발의 기회를 최소화해야 한다.
방문기간중 대통령의 연설은 공산주의 이후의 세계가 조직범죄와 무능한 행정력, 연민등이 들끓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러시아 국민에게 알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유속에 만연할 수 있는 온갖 것을 헤쳐 나가는 가운데 꽃 피워지는 것이다.
결말은 공동의 적에 대항했던 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것으로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2천만명의 러시아인이 숨져간 이 전쟁에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참전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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