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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석유가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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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스·석유가스(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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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이후의 나이든 사람들은 연탄가스의 공포, 그 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구공탄이라고 부르던 그 새까만 원통형의 연탄은 연소과정에서 일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일산화탄소가 방에 새어들면 잠자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뇌세포가 파괴되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연탄을 난방·취사용 연료로 쓰던 시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연탄가스에 만성적으로 중독된 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부들은 연탄을 갈때마다 구멍을 맞추느라고 애쓰면서 독한 가스를 마셨고, 다른 가족들 역시 집에서 식당에서 골목길에서 일상적으로 연탄가스를 마셨다. 도시의 가장 큰 공해물질은 연탄가스였다.

70년대부터 취사용으로 쓰기 시작한 프로판 가스(LPG)는 연탄중독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환상적인 연료였다. 기름난방과 가스취사는 한국인의 생활에서 일대 혁명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가스의 편리함에 매혹되어 그 위험성을 망각했다. 가스의 편리함만을 받아들이고, 안전관리의 의무에는 태만했다. 우리가 오늘 잇달아 겪고있는 가공할 가스폭발 사고들은 그 태만의 결과다.

연탄중독 사고와는 비교가 안되는 가스사고, 도심 한복판이 눈깜짝할새에 전쟁터처럼 초토화하고, 수백명이 참혹하게 죽는 대형사고앞에서 우리는 아직도 무지한 상태다. 2백80㎏의 강철판이 50위로 튕겨져 올랐다니 이게 무슨 변인가, 가스가 저런일을 할수있는가 라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의 안전관리도 그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전체 가구의 97%인 1천2백30여만 가구가 가스를 쓰고있고, 80년부터 도시가스를 공급한이래 땅에 묻힌 도시가스관이 9천4백58에 이르고, 작년 가스사용량이 7백80만7천톤으로 4년사이 2배이상 늘었는데, 안전관리는 연탄관리 수준이다. 배관망을 정확하게 파악할수있는 지하지도조차 없고, 도시가스 사업법은 법령집에 적혀 있을뿐 지켜지지 않고, 인력부족으로 제대로된 관리는 아예 불가능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편리함은 좋으나 의무는 싫고, 기초투자도 부족한데 상징적 사업에 수천억원을 아끼지 않는 후진적 행태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우리의 모래성을 쌓고 있다. 가스사고를 가스사고만으로 보지않는 정부의 일대 각성이 있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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