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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포의 확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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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포의 확산(사설)

입력
199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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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어린아이라도 잘못을 타이르면 당장은 그 자리에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진 않는다. 그런데 서울 신당동과 화곡동의 도시가스누출사고는 도대체 어찌된건가. 대구가스폭발참사의 상처로 온 국민이 함께 신음하고 있고,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려 있는 마당에 대구에 이어 벌써 8번째의 누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신당동 누출사고의 경우는 마치 대구사고를 그대로 서울로 옮겨놓은 듯해 누구라도 섬뜩하다. 다행스럽게도 가스가 인화돼 터지지만 않았을 뿐 사고가 난 경위는 정말 똑같다. 건설업체가 지하가스관 도면이나 가스공사측 기술진의 입회없이 무작정·무분별하게 천공작업을 하다 가스관을 파손시켜 가스가 분출되면서 부근 일대 주민들이 대피소동을 벌이는등 가스공황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사고가 난 3일은 때마침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가 모여 가스안전대책회의를 열고 국가적인 안전방안을 채택했던 날이었다. 대구사고로 정부고위당국자들이 잇달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구체적 방안의 실천마저 독려했건만 땅속의 공사현장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고 따로 대책 따로였고, 정부당국의 방침과 현장관행도 역시 별개였음을 확실히 증명한 셈이다.

다만 대구참화의 교훈이 조금이라도 살아남았다는게 불행중 다행이라 할만하다. 가스공급업체 기술자들이 신속히 달려와 15분만에 누출을 막았고, 현장인부들이 인화위험이 있는 불씨발생을 자제했다는 것 정도가 1백여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대구참사의 현실적 효과였던 것이다. 진정 이런 낭비가 또 없다.

이 정도로까지 땅에 떨어진 사고불감증이란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가스폭발사고의 원인제공행위란게 가스관을 무분별하게 파손시키는 것일진대, 그런 원인유발행위는 근절될 기미가 없고 사후 출동이나 대피가 좀 빨라지는 정도로는 근원적으로 재발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사실 온갖 현장의 사고다발가능성 앞에 노출된 채 살아온 시민들은 그동안 아무리 당국이 재발방지를 다짐했어도 번번이 속아만 왔기에 이제는 공포가 지나쳐 사고공황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거듭되고 있으며, 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먼저 정부 당국과 각 공사감리부서들이 현장의 실상을 정확히 모르거나 알고도 외면한채 탁상에서 지시만 남발해온 책임이 크다 하겠다. 아울러 사고방지를 위한 현장의 공사조건 및 환경개선에 소홀한 책임도 없지 않고, 아무리 거듭 지시해도 현장에서는 언제나 눈가림만 해온 타성도 문제다. 정부당국은 이런 점에서 거듭 태어나 밑바닥부터 현실성있는 대책을 세워 국민적 공포와 사고공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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