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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함 감염된 어린이연극/아동극 「못말리는 홍길동」(연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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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함 감염된 어린이연극/아동극 「못말리는 홍길동」(연극평)

입력
199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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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유익한 행사라면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슬기어머니, 그동안 비좁은 소극장에 빼곡이 들어찬 아이들 틈에 앉아 아동극도 많이 보신 걸로 압니다. 특히 어린이날을 겨냥한 연극들 중에서 「못말리는 홍길동」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슬기어머니는 이 연극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동화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수정구슬을 훔쳐가고 전자게임을 전파해서 이 세상을 정복하려는 아수라백작의 음모를 마술과 무술로 통쾌하게 물리치는 「못말리는 홍길동」 덕분에 아이들이 전자게임보다 동화책을 더 읽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끼셨어요?이 연극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른 것에 대해 분별력을 가르쳐야 하는 아동극의 첫번째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동화책에서 읽은 환상의 세계를 무대화한 장치와 특수효과, 조명, 노래와 춤, 의인화한 동물들과 나무, 인기개그맨등을 동원해서 지루하지 않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극을 끌고나갑니다. 비교적 공들여 제작한 것 같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구요.

그러나 연극이 내세우는 「교훈과 재미」를 좀 더 들여다보면 구태의연해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힘없이 수정구슬을 빼앗기는 예삐의 아버지나 어리석은 짓으로 어린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꾀돌이와 바우 모두 어른들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만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극중의 문제는 공동의 지혜나 노력으로 해결되기보다 마법의 힘으로 수월하게 풀리고 있어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배우기 전에 전능하지 못한 데서 오는 무력감에 좌절하거나 현실에 무감각해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교훈을 포장하는 재미 또한 진부합니다. 짜맞추기식 구성, 개그맨들의 유행어와 몸짓의 삽입, 억지로 끼어들어간 인기그룹의 반짝출연, 아이들의 감수성과는 상관없이 쏟아지는 금속성 음악등은 아이들에게 일시적 흥분을 줄지언정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주지는 못합니다. 극의 메시지는 아이들을 동화의 나라로 유도하는 것이면서 그 표현방법은 아이들이 열중하는 쇼프로나 전자게임을 모방하고 있어 안타깝더군요.

자칫 안이함에 빠지기 쉬운 아동극을 모니터하고 도전을 주는 것 또한 아이들을 공연에 데리고 가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안목높은 미래의 관객으로 자라날 아이들의 길잡이로서 남편과 두 분이 몸소 연극즐기기를 생활화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본보기가 어디 있겠습니까?<이혜경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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