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주도특징… 생활속 성등 흥미롭게 서술/다양한 시각·깊이있는 내용 올바른 성인식 도움/외국의 독특한 풍속 소개한 책들도 잇달아『…미혼남자이고, 성정치학에 관한 풋내기 「전문가」이자 얼치기 「활동가」이며, 이제 갓 게이(동성연애자)로 세상에 신고식을 마친 지식인이라는 내 인간적 신상명세서가 뭐 그리 대단한 장애물이 될 것인가…』 계간지 「리뷰」 95봄호 「섹슈얼리티2」에 실린 이 글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면서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서점가에는 이처럼 대담하면서도 진지한 시각에서 성문제를 접근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성적 담론의 주체로 나서지 못했던 여성들이 성을 다룬 출판활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자유기고가 이재경, 김영미씨가 펴낸 「주부가 쓰는 성이야기」(지성사간)는 종로서적등 대형서점의 여성·교양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 이제 여성도 솔직히 말하자」고 말하는 저자들은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 「결혼후의 자위」 「여성에게도 참을 수 없는 성욕이 있다」등을 소재로 생활속의 성이야기를 입담좋게 풀어놓았다. 신예여성작가 송경아씨의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중 사례연구 부분인용」(여성사간)과 김별아씨의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답게간)도 감추어진 여성의 성심리를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와함께 「그리스 성풍속사」(한스 리흐트 지음·산수야간)와 「중국인의 성」(강효원 지음·예문서원간)등처럼 외국의 독특한 성풍속사를 소개한 책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카마스트라」(바짜야나 지음)「성의 역사」(장 루이 플랑드렝 지음) 「창부」(알렝 코르벵 지음)등을 출간한 동문선은 성풍속사를 기획출판의 한 부문으로 선정하고 「성애의 사회사」(자크 솔레 지음), 「서양미술의 에로티시즘」(에드워드 루이스 스미스 지음)등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접근한 이같은 책들은 현대보다 오히려 자유롭고 다양했던 고대·중세의 성풍속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또 최근 박영률출판사가 번역한 독일 사회학자 귄터 아멘트의 「섹스북」은 한 인간이 성장과정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성문제를 사회학적 시각에서 서술한 성계몽서. 성에 관해 왕성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17세 소년 카이 우베와 30대 후반의 미혼여성 올리케가 토론을 통해 동성애, 자위행위, 피임법등 성에 관한 22개의 주제를 정리하고 있다.
젊은 문화연구자들로 구성된 현실문화연구가 펴낸 「섹스, 포르노, 에로티즘:쾌락과 악몽을 넘어서」는 성을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구조의 하나로 바라보는 「성정치학」의 입장에서 동성애, 10대의 성, 포르노, 성희롱등을 주제로 한 논문 11편을 수록하고 있다.
여성학연구모임 「성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경미(32)씨는 『최근의 성관련서적의 출간붐은 성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자칫 성의 상품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고 출판계의 상업성을 우려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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