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영국하원의원을 지낸 고윈스턴 처칠은 「의회의 아버지」로 불린다. 하지만 처칠같은 명인도 그동안 두차례나 소속정당을 바꿔 의회인으로서 오점을 남겼다. ◆첫번째는 26세때인 1900년 런던시내 올담에서 보수당공천으로 처녀당선됐다가 4년뒤 자유당으로 옮긴 것. 그후 그는 자유당의 로이드 조지내각서 해군과 육군장관등을 지내다 22년 총선거때 금주법을 내세운 에드윈 스크립처에게 고배를 마시고 2년뒤 보수당으로 다시 옮겨 의원에 당선됐다. ◆당후보로 당선되는것은 유권자들에게 당정책과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약속과 같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당을 바꾸려 할때는 반드시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레이건대통령시절 한 민주당하원의원이 당의 감세정책에 반대, 의원직을 사퇴한뒤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후보로 당선된 적이 있다. ◆이땅의 숱한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멋대로 당적을 바꿔왔다. 3·15부정선거전과 5·16, 5·18후 집권세력이 무더기로 야당의원들을 회유, 반강제로 입당시킨 적도 있지만 대부분 자기편의에 따라 당의 옷을 바꿔입은 것이다. 재선인 박규식(부천·소사출신)의원이 14대국회이후 5번이나 당을 바꿔 이 방면의 신기록을 세웠다. 즉 민주당으로 당선된후 민자당―무소속―국민당(후에 신민당)―자민련으로 옮긴 것. ◆하기야 5·16과 5·18 정변후 과거 야당의원들이 무더기로 권력쪽에 가담했고 특히 과거 민주당이었던 모모인사등은 5·16후 공화·민정·민자등 역대 집권당에 몸담아 박의원의 선배격이 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국민의 동의없는 당적바꾸기는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뻔뻔스런 「배신의 행진」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모독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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