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철도사고가 결코 아무 이유없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2일 서울지검 특수2부가 발표한 지하철·철도레일공사관련 종합비리사건은 레일납품을 둘러싸고 업자·기술직공무원·세무직공무원·토목기사·전직의원등이 뒤엉켜 국고를 축내어 온 구조적 불가사리조직을 노출시켜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지하철과 철도의 핵심요건이 전동차나 열차 및 그 운행을 밑받침하는 궤도인데, 궤도납품과 건설을 둘러싼 관·민합작의 조직비리야말로 성수대교붕괴·아현가스폭발·대구참사등으로 멍들어 온 시민들의 가슴속에 절망감마저 안겨준다 하겠다.
먼저 대표가 모두 구속된 3개궤도 전문회사들이 정부기관발주 레일공사를 담합과 고위 및 현장공무원들의 협조아래 공사예정가의 94∼99%(통상입찰은 85%수준)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받아 약2백억원의 국고를 손실시켰고, 그 실행행위를 담당해 입건된 임원 6명도 모두 전직 철도청시설국등 유관기관 공무원들이었다.
뇌물을 받고 입찰예정가 정보를 알려주거나 감독·감리를 느슨히 해줘 구속된 공무원 8명의 면모도 놀랍다. 지하철이나 철도시설을 감독하는 총책이라 할 철도청시설국장과 서울지하철건설본부 기술실장이 망라되어 있고, 나머지는 지하철건설본부 현장감독 5명과 지하철궤도 감리단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각종 레일공사는 감독자들이 모두 눈뜬 장님이 된 가운데 시공·감리·준공되었기에 결코 그 안전을 보장할수 없다는 충격적 결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에 세무직 공무원 2명은 법인세포탈 묵인핑계로 또 뇌물을 챙겼다.
고위 공직자들의 구조적 야합사실을 더욱 입증해 주는 게 수배된 전직 시설국장등 고위 기술직공무원 8명의 존재다. 입건된 3개 궤도사 임원들은 바로 이들의 전임자들이어서, 현직에 있을 때는 업자와 야합했고 퇴직하면 그 업체에 취직하는등 비리의 구조적 악순환이 거듭되어 왔던 셈이다.
이번 사건의 와중에서 6공때 월계수회의 핵심멤버였던 이재황(이재황)전의원이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궤도공영의 자금 23억원을 개인용도 등으로 횡령해 특경법위반으로 구속됐는가 하면 토목기사 4명이 불구속입건된 것도 또다른 주목거리다. 업자끼리의 담합과 감독공무원들의 공모도 모자라 정치권과 전문기술인들의 야합마저 보태어졌음을 생생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같이 관련자 모두가 공동정범인 무서운 불가사리조직이 어찌 레일공사에만 기생했을 것인가. 최근의 잇단 참사원인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대구사건으로 모두가 절망하고 있는 이때 검찰의 이번 사건적발은 의미가 있다. 온갖 불가사리조직에 대한 본격적 소탕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