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시대 문화충돌 인상적 스피드·액션 탁월하게 묘사프랑스의 장 자크 베네감독의 「디바」는 프랑스 최초의 포스트모던 영화라는 명성에 걸맞게 네 개의 영화상을 수상한 탁월한 수작이다. 이 영화가 14년전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바」의 스피드와 액션, 복합적인 구조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영화는 절대로 레코드 취입을 하지 않는 흑인 소프라노 가수 신시아 호킨스의 열렬한 팬인 집배원 줄이 연주회에 가서 그녀의 노래를 몰래 녹음하면서 시작된다.
일명 「디바」라 불리는 신시아의 불법복제 테이프를 만드는 순간 줄은 우연히 범죄조직을 폭로하는 또 다른 녹음 테이프를 손에 넣게 되고, 두 테이프가 섞이면서 경찰과 폭력단, 타이완의 불법 음반업자에게 쫓기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원본과 복제품간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급문화를 수호했던 모더니즘시대의 예술가들은 예술의 대량복제와 상품화를 거부했지만, 대중문화를 표방하는 포스트모던시대의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의 복제와 상품화를 필연적인 현상으로 보았다.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디바의 두려움은 곧 비밀의 확산을 두려워하는 폭력단 두목의 두려움과 병치된다(암흑가의 두목이 곧 경찰의 고위간부라는 사실 역시 상징적이다). 디바가 흑인이라는 점, 그리고 음악을 연주회장으로부터 거리로, 육성으로부터 기계로 옮겨 놓는 주인공 줄의 직업이 편지를 배달하는 집배원이라는 점 또한 대단히 상징적이다.
구식의 기계들로 가득차있는 차고에서 살며 모터사이클을 타는 줄은 신·구시대의 분기점에 서 있는 전통적인 프랑스의 상징(리얼리즘적 좌파 인민)이다.
반면 그를 구해 주는 고로디슈는 60년대의 신비주의와 명상, 그리고 현대의 첨단 전자장비와 도시공간 및 상품화(그는 복제 테이프를 이용해 돈을 번다)에 익숙한 포스트모던 인간의 상징이다.
디바는 줄의 복제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줄의 녹음은 대중을 위한 것이었지 돈을 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작품의 불법복제와 상업화는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불법음반업자와 살인청부업자가 병치되고 있는 이유이다.
이 영화가 프랑스에 좌익정권이 들어서던 81년에 제작되었다는 점이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짙게 한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김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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