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몇년동안 남산 여러 곳에 아카시아나무를 베어내고 연간 수천그루씩 소나무를 심고 있다.
조선시대 남산전체의 80∼90%를 차지하던 아름드리 소나무 숲은 일제때와 6·25를 거치면서 파괴돼 이제는 20%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남산은 아카시아나무숲 38%등 신갈나무, 산벚나무, 때죽나무, 팥배나무등 활엽수 숲이 전체의 73%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생태적인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생태계가 소나무숲에서 활엽수숲으로 변했다는 것은 그 식물군과 더불어 사는 곤충, 소동물, 대동물, 미생물도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제 남산의 모습은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생태계가 아니고 활엽수생태계이다.
따라서 남산에 소나무를 심더라도 생태계의 변화상태를 면밀히 분석해가면서 남산의 토양에 맞는 종을 골라 심어야 한다.
서울시가 현재 심고있는 소나무는 전국 각지에서 자라던 큰 나무로 남산에 옮겨심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리국토 전역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지역별로 품종이 다르다.
소나무는 전국적으로 6개품종으로 나뉘어져있다. 예를들어 태백산맥 지역에는 키가 크고 곧은 소나무, 경북지방에는 작고 굽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남산에 심고 있는 나무는 전국 각지에서 캐온 것으로 솔잎혹파리 피해가 심해 살아난다 해도 남산토박이 소나무와는 어울리지 않게 된다.
서울 남산에 소나무를 심는다면 경기지역의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도심공해가 심각해진 상황에서는 당장은 녹지효과가 적더라도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 큰 나무를 옮기면 환경에 적응하는데 5∼10년이 걸리지만 어린 나무는 2∼3년이면 적응할 수 있다.
남산에 소나무를 심으면서 당장 푸른 빛이 보이게 한다면 남산 소나무숲은 커녕 남산 생태계 자체를 망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최소한 30∼50년 후를 내다보고 묘목을 육성해 1∼2년 단위로 생태계 변화상태를 점검해가면서 서서히 소나무숲으로 바꿔야 한다.
서울시는 84년과 86년 각각 동·식물 식생조사를 실시한 후 지금까지 조사를 하지않아 남산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전국 각지의 소나무만을 옮겨심고 있다. 서울시의 남산살리기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이경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이경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