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스폭발같은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국회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늑장과 눈치보기와 정략계산등의 구태를 재연한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운영을 놓고 무슨 긴 논의가 필요하겠는가.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국정전반을 심의할 책임이 있는만큼 어느 사안보다 우선해서 국민적 관심사인 대구사고의 원인과 대책에 관해 대정부질문을 벌이고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때마침 열린 임시국회가 대구사고를 다루는 방법의 이견으로 첫날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개회식만하고 유회됐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여당은 이번 국회가 당초 선거구조정과 선거법개정을 위해 소집된 만큼 먼저 선거법손질을 마무리한 뒤 대구사고는 소관상임위의 조사반 파견이나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하자는게 골자다.
이에 반해 야당은 먼저 국무총리와 관계장관등을 불러 대구사건을 비롯, 대북경수로지원, 물가대책등을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으로 추궁하고 대구사고특조위를 가동시킨 뒤에 선거법개정작업을 벌이자고 맞선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여당의 경우 대구사고로 6월선거에 앞서 대정부공격의 기회를 줄 우려가 있어 대정부질문을 봉쇄하겠다는 것이고, 야당은 문민정부 개혁정책의 문제점과 잇단 실정을 추궁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6월 선거를 위한 선거법손질이 중요하다 해도 성수대교붕괴와 마포가스폭발에 이어 또다시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대구사고를 적당히 넘길 수는 없다. 이는 대구만의 일이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는 국회를 정상가동, 대표연설은 폐지하는 대신 총리와 관계장관등을 불러 1∼2일간 대정부질문을 통해 사고원인과 대책을 추궁한 뒤 곧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 조사에 착수하며, 선거법개정작업등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구사고에 대해 여당은 겸허한 자세로 사고원인과 책임등 모든것을 기탄없이 밝히고 떳떳하게 대응하는 것이 책임있는 집권당다운 태도일 것이다. 『추상적인 질문과 원론적인 정부의 답변밖에 없는 대정부질문으로는 수습책마련에 미흡하다』는 논리는 스스로 국회의 권능을 비하하는 얘기밖에 안된다.
야당도 무작정 공격적인 자세를 버려야하겠지만 무엇보다 여당은 오늘과 같은 시국에 정도의 정치―큰 정치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난국을 해결하는 최선의 정면돌파임을 알 필요가 있다. 국민은 정치권 특히 여당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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