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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국제기준화」서둘러야/김치선/노동입법 50년 특별기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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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국제기준화」서둘러야/김치선/노동입법 50년 특별기고:하

입력
199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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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민주화여망이 절정에 달했던 87년 우리나라 노동사에는 6·29선언을 계기로 하나의 큰 획이 그어졌다. 각계각층의 불만과 노여움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노사분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여야는 노동관계법의 상당부분을 손질하기에 이르렀다.주요개정내용은 노동조합법의 경우 ▲제3자개념에서 상급노조연합단체제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는 근로자로 인정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제2노조 불허 ▲노조의 조직유형 및 설립형태자율화 ▲조합임원의 자격제한규정삭제 ▲유니언숍규정 부활등이다. 노동쟁의조정법은 ▲단체행동의 냉각기간단축 ▲직장폐쇄를 방어적인 경우로 제한 ▲직권중재회부대상을 공익사업으로 축소 ▲긴급조정결정시 쟁의행위금지기간을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한 것등이다.

근로기준법은 ▲변형근로시간제도의 폐지 ▲근기법적용대상사업장 확대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등의 우선변제 ▲사용자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수당을 평균임금의 60%에서 70%로 조정 ▲기본근로시간을 주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 ▲유해·위험작업장의 근로시간을 주36시간에서 34시간으로 단축 ▲연차유급일수 8일, 3일제의 10일, 8일제로의 개선등이다.

이밖에도 산재보험의 적용범위확대, 「진폐의 예방과 진폐자보호에 관한 법」 제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등을 제정했다. 문민시대에는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불간섭주의와 노사자치주의의 원칙이 엿보이고 있다. 91년12월9일에는 1백52번째로 ILO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국내노동법의 기준변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학계등에서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93년3월에는 「ILO공동대책위원회」가 ILO에 정부를 제소, ILO이사회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바 있다.

국제화기준에 맞는 노동관계법개정을 둘러싸고 대립적인 두개의 입장이 있다. 하나는 국내노동관계법을 ILO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노동자측의 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책의 수단으로 노동관계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사용자측의 논리다. 정부의 입장은 사용자측에 가까운듯 하나 학계의 유력한 견해는 노동자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 하다.

정부는 ILO에 가입한후 92년12월 현재 「선원의 건강진단협약」 「근로감독협약」 「고용정책협약」등 3개를 비준했고, 올해안에 「재해보상에서 내외국인 평등대우에 관한 협약」 「광산의 갱내여자고용에 관한 협약」 「취업의 최저연령에 관한 협약」등 3개를 추가비준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ILO회원국은 가장 중요한 「단결의 자유와 집단적 노사자치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노동관계법의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주요 쟁점조항은 다음과 같다.

◇설립신고 반려제도= 현행 노조법 제13조는 조합설립시 법정요건사항을 기재한 신고서를 행정관청에 제출토록 하고 시행령 제8조는 설립신고서 요기재사항을 미비한 신고서를 반려한다고 규정했다. 반려된 노조는 법외노조로 모든 혜택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ILO협약 제87호 2항은 「사전인가없는 단결권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학교교원의 노동운동금지=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교원도 교육공무원에 준한다」고 규정, 단결권행사를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와 ILO는 교원의 지위에 대한 권고에서 「모든 교원은 시민으로서 자유로운 권리를 향유한다」고 선언했다. 공무원도 아닌 사립학교교원의 단결권을 금지하는 사립학교법 제55조는 폐지돼야 한다.

◇복수노조의 금지=현행 노조법은 『기존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거나 그 기존조합의 정상운영을 저해할 목적을 가진 노동조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 헌법이 보장한 선의의 단결권을 부인하고 있다. 이 규정은 ILO협약 제87호 2조의 조직선택의 자유선언에 위배되는바 폐지돼야 한다.

◇제3자개입금지제도= 현행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2에서는 노동쟁의행위에 제3자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외부 불순세력을 차단하자는 의도로 보이나 ILO협약 제87조2항은 「노조의 조직, 운영 및 활동등 자주적으로 결정하여 행동할 자유를 향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에서는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2항의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정치활동금지= 노동조합법 제12조는 「공직선거에 있어서 특정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없고 조합에서 정치자금을 징수할 수도 없으며 조합의 기금을 정치자금에 유용할 수도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거나 반대로 노동조합과 특정정당과의 긴밀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법률규정은 협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 조항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한국노동입법은 이제 출범 반세기를 맞았다. 노동입법은 현실적인 산업사회의 욕구충족을 임무로 해야한다. 53년 최초의 입법이 순전히 정책적인 목적에서 출발했으며 군사정권 30년동안은 안보및 경제정책의 미명아래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문민정부는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인간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할 임무를 지고 있는 만큼 현행노동입법상 기준을 적어도 세계최저치인 국제노동기준에 합치되도록 해야 한다.<전서울대 법대학장·국제노동법 및 사회보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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