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명이 죽고 1백50여명이 부상한 대구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의 밝혀진 원인은 사고규모에 비해 너무 단순하다. 그래서 축소수사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검경합동수사 본부가 내린 결론은 지하철건설공사장 가까이의 대백플라자백화점 신축공사장에서 터파기공사를 맡은 주식회사 표준개발이 지표면에서 구멍을 드릴로 뚫다가 지하1·7지점을 지나는 도시가스관을 관통, 8㎝의 구멍을 낸 것이 사고의 직접원인이라는 것이다. 폭발사고 40분전에 이렇게 파손된 가스관에서 누출된 고압가스가 지하철공사장으로까지 분출, 고여있다가 폭발한 것으로 검경수사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수사팀의 이같은 원인단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가지 의문점을 지적, 수사팀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의문점은 여러가지다. 첫째 파손된 가스관의 유압등을 고려할 때 지하철공사장 지하에서 그처럼 대규모로 폭발할 정도로 가스가 차는데는 16∼65시간이 걸려 가스관은 사고당일 40분전이 아니라 그 전날 이미 파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스관이 파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고 전날밤에 가스냄새가 난다는 환경미화원의 신고가 있었던 것도 사고당일 이전에 가스가 누출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 지하철공사장에 차있던 가스를 폭발시킨 불씨를 누가 제공했느냐는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런데 수사팀이 폭발한 지하철공사장 자체에 대한 정밀점검도 하지 않고 수사결론을 내리고 복구공사를 하게 한 것은 서둘러 사건을 수습키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제기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구석이 많다. 따라서 공사장복구공사를 중단시키고라도 사고원인의 실체를 밝혀내는 정밀수사를 다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러한 대참변의 원인규명마저 어물쩍 넘긴다면 재발방지는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수사팀이 표준개발 대표자를 비롯, 백화점 현장공사관련자등 5명에게만 책임을 물어 구속한 것도 대단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사고를 낸 사람들에게만 책임묻기에는 이번 사고는 너무나 엄청난 피해를 냈다.
가스누출탐지와 불씨관리에 결과적으로 소홀한 지하건설공사장 관계자와 무허가로 구멍뚫기공사를 하도록 묵인한 해당구청관계자, 도시가스관리를 소홀히 한 대구도시가스공사측에는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공직기강의 문란으로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대구시고위층이나 정부의 관련부처에도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게 억울한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