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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만날 것만 같은데…/영남중 학생회장 “내친구 병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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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만날 것만 같은데…/영남중 학생회장 “내친구 병득에게”

입력
1995.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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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책상위로 또 한방울 눈물이/너의 죽음이 어른들 잘못 꾸짖어/저세상서도 선생님 말씀 잘듣길대구 가스폭발사고로 42명의 친구를 잃은 영남중학교 학생회장 나형진(15)군이 1일 교내 합동분향소에서 같은반 친구 손병득군 영혼에바치는 눈물의 편지를 올렸다. 나군은 좋은 친구를 잃은 슬픔을 애틋하게 표현, 동료학생과 교사들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내사랑하는 친구 병득아. 이게 어찌된 일이냐?< p>

손 흔들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은데 대답도 없다니…. 텅 빈 너의 책상을 보고 이것이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또 한방울 눈물이 흐르는구나.

누구냐, 누구의 잘못이냐. 너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도 죄가 된다면 아침 일찍 등교하다 그 시간 그 곳에 서있었던 것 뿐인데….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때문에 이렇게 헤어져야 하다니…, 어른들의 이기주의와 무사안일 나태가 이런 끔찍한 일을 만들 줄은 정말 몰랐다.

내일 학교에 가면 언제나처럼 밝은 표정으로 나타날 것만 같은데, 네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너를 이렇게 보낸 어른들이 너무 밉다.

저승에는 이런 아픔이 없겠지. 너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하마. 너의 죽음이 어른들의 잘못을 꾸짖어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마.

네가 못다 살고 간 자리, 네가 못다 하고 간 효도, 우리 영남중학교 친구들이 대신하마.

언제나 다정하시던 이종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저세상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병득이와 함께 죽어간 영혼들도 편히 쉬어라. 사랑하는 친구들아 보고 싶다.

1995년 5월1일 형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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