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목요일(4월27일)은 「직장에 딸 데려오는 날(Take Our Daughters to Work Day)」이었다. 여성운동단체들이 주창해서 만든 이 기념일은 올해로 세번째를 맞았다. 정부가 공식선포한 기념일은 아니지만 많은 민간기업과 함께 정부투자기관들까지도 참여하고 있다.「딸 데려오는 날」을 채택한 직장은 이날 딸들을 위한 각종 견학·오락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조그만 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딸들은 부모들이 어떤 일을 해서 자신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있는 지를 느낌으로써 부모와의 이해를 넓힌다. 또 남자들의 것으로만 여겨졌던 일들을 여자들이 얼마나 훌륭히 해내고 있는 지를 관찰할 기회도 갖는다.
일년 열두달 내내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이 나라는 어린이날이 따로 없다. 「아들의 날」도 물론 없다. 그런데 굳이 딸아이만을 위한 날이 생겨난 것은 은연중에 행해지는 남성중심적 교육이나 부모의 편애가 여아들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약하고 부모자식간의 거리를 벌려 놓은 경우가 많다는 인식에서이다.
게다가 많은 통계수치들이 여아들의 자기만족도가 남아에 비해 낮고 자살기도율은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여성운동단체들은 주장한다.
「딸만 데려오는 날」은 또 다른 남녀차별 의식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아이들 데려 오는 날」로 명칭과 내용을 바꾸는 회사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남녀차별을 경계하고자 하는 「딸 데려오는 날」의 취지에는 귀를 기울일 여지가 많다고 생각된다. 우리처럼 아들과 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의식이 아직도 남아있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며칠 있으면 어린이 날이다. 아들과 딸에게 안겨 주는 사랑이나 선물의 무게가 꼭같은 지 부모들이 한번쯤 저울질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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