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나이트클럽 급증… 매춘도 기승/출입자 상당수 마피아 관련된 부자들모스크바의 밤이 갈수록 화려하고도 퇴폐적인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다. 모스크바는 구소련 시절만해도 길거리에 가로등조차 제대로 켜있지 않아 「암흑의 도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최근들면서 밤이면 상점의 쇼윈도에 설치된 네온사인이 휘황히 밝혀지고 대형빌딩들마다 광고판이 번쩍이는등 면모가 일신돼 가고 있다. 과거에는 자정이후에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볼 수 없었으나 지금은 많은 식당들이 새벽까지 손님을 받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중소상점과 식당들이 대부분 사유화하면서 새 주인들이 당연히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밤새워 영업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이왕이면 전에는 맛보지 못하던 화려한 밤 분위기속에 깨끗하고 편리한 상점을 찾고 있고 상인들도 경쟁적으로 실내외 장식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외관으로 드러난 화려한 변신이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두웠던 밤거리를 밝혀주는데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카지노와 나이트 클럽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이들 장소가 한편으로는 매춘과 도박을 비롯한 각종 범죄가 창궐하는 퇴폐적 환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시 경찰당국에 의하면 시 전체의 카지노는 모두 1백50여개에 달하며 불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곳도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노비 루스키(새로운 러시아인)」라고 불리는 신흥부자들이고 이들중 상당수는 범죄조직인 마피아단과 직간접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렘린궁에서 1가량 거리에 있는 「체리 카지노」의 경우 최대 1천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블랙 잭을 비롯, 주사위놀이·룰렛게임등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30개가 넘는 대형업소다. 입구에는 「가스총등은 경비에게 맡기시오」라는 안내판이 있고 36달러의 입장료를 내고도 몸수색을 거친후에야 입장할 수 있다.
일부 나이트 클럽도 퇴폐의 온상이 되고 있다. 물론 헤비 메탈, 재즈, 팝등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건전한 사교장소도 있으나 「야간비행」등 일부 클럽은 직업여성들의 「사냥터」로 유명하다. 화대는 2백∼3백달러이며 5백달러는 지불해야만 「거래」가 돼 외국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신흥부자들은 재력을 과시라도 하듯 돈을 물쓰듯이 한다. 시 중심가에 있는 「업 앤 다운」의 경우 입장료가 1백20달러, 돼지고기 요리 2백40달러, 최고급 포도주 9백95달러등인데도 칼라쉬니코프기관총으로 무장한 보디가드의 호위를 받으며 리무진을 타고 오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러시아황제의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실버 센추리」라는 나이트클럽에서는 보통 2천5백달러짜리 식사와 주류가 나오기도 한다.
한마디로 사치와 향락이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있는 것이다. 한달 평균임금이 1백달러인 러시아의 서민들은 모스크바의 밤거리가 밝아질수록 위화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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