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어 파괴 유토피아에 강한 열망/「쓰달픔」·「민중」등 대표작전위적 시어 개척으로 스페인어권 시문학에 새 지평을 연 세사르 바예호(1892∼1938)의 작품세계가 시선집 「햐얀 돌 위에 검은 돌」(고려원간·고려대 민용태교수 옮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페루 태생의 그는 첫시집 「검은 사자들」을 통해 가난에서 비롯된 비극적 세계관을 노래했고 30대 초반 유럽으로 건너가 스페인 공산당 가입과 스페인내란 참전등 활발한 사회참여를 했다. 그는 일상의 말투를 시어로 도입, 스페인 현대시에서 표현의 범위를 가장 넓힌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예호는 당시 전위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시집 「쓰달픔 (TRILCE):슬프고도 달콤하다는뜻의 조어」을 비롯해 내란참전을 소재로 한 「서반아여, 내게 이 아픔의 성스러운 잔을 가져가 다오」, 유고시집 「인간적인 시」등을 남겼다. 바예호의 시편들은 전통시어의 파괴와 유토피아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낸다. 생의 후반기에는 관료성과 권위주의에 염증을 느껴 공산당을 탈퇴하는등 풋풋한 삶과 순수한 혁명의 열정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민중」은 그가 남긴 뛰어난 작품중 하나. 끝부분에서 조용히, 하지만 강렬한 충격과 함께 비약하는 이 시에는 그의 시세계의 한면이 잘 드러나 있다.
<전쟁이 끝나고, 전사가 죽자,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죽지마,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러나 시체는, 아 계속 죽어가고 있었다. 그를 두 에워쌌다. 몇 번이고 말했다; 「우릴 두고 떠나지마! 용기를 내! 다시 깨어나라구!」 스무 명, 백 천 15만 명이 몰려들었다, 소리소리 치며;「그 많은 사랑도 죽음 하나 건지지 못하다니!」 수백만의 사람들이 에워쌌다, 모두 다 같이 빌었다:「살아 남아 다오, 형제여!」 그러자 지상의 모든 에워쌌다;시체는 슬픔과 감동에 차서 그들을 보았다;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첫 사람을 껴안았다;걷기 시작했다…> (전문)/ <김범수 기자>김범수> 전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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