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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대신 변화를(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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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대신 변화를(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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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대형사고들이 터질때마다 우리는 모래성같은 우리사회의 취약성에거듭 경악하곤 한다. 첨단과학의 발달로 눈부신 세상이 열리고 있는데 갓쓰고 양복입은 사람들이 그 세상을 관리하고 있다는 공포, 한두사람의 무지와 태만이 수백명 수천명의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공포가 우리를 가위눌리게 한다.1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가스폭발 사고는 우리에게 또다른 유형의 공포를 추가했다. 도급순위 상위권의 번듯한 건설회사가 마구 땅을 파고내려가 가스관을 뚫었다는 사실, 가스안전공사나 전기안전공사등은 이름이 「안전공사」일뿐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 가스관·상하수도관·송유관·전기통신망등 도시의 온갖 신경조직이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지하의 상황을 알려줄 지하지도조차 없다는 사실은 놀랍고 끔찍하다.

그동안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대통령 총리 장관이 다투어 사과하면서 「철저한 안전관리」를 약속했으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로 12명이 죽었던 것이 불과 넉달전인데, 그때 요란하게 세웠던 안전대책은 문서로 적혀있을 뿐이었다.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작년에 만든 보고서에도 『도시가스 사고 증가는 지하배관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채 각종 굴착공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 지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특별진단이니 총점검이니 하는 것들은 대형사고후의 호들갑이나 통과의례로 끝날뿐 정부·담당공무원·해당기업들의 행태를 바꾸지는 못했다. 가스나 전기의 안전관리를 맡은 정부산하기관의 주요임원들은 대부분 정치적인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파악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안전공사」를 보는 정부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단적인 예다.

높은 자체압력으로 약간의 충격을 받아도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가스관·수도관이 매설된 지뢰밭을 겁없이 뚫고 내려가는 굴착기 소리가 우리의 의식을 찢고있다. 무지와 태만에 있어서는 정부나 기업이나 다를바 없다. 국민은 대통령의 사과도 총리의 사과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통과의례로 끝나는 사과가 아니라 실질적인, 진실한 변화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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