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노제 모교 「마지막등교」/유족들 아들영정안고 오열·실신/교사도·학생도 말잃고 흐느낌만『알밤같은 내 새끼야. 니가 보고싶어 이 에미는 어찌 살꼬』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사고로 희생된 영남중학생 42명중 33명의 장례가 30일 치러졌다. 채 피지도 못하고 꺾인 꽃봉오리의 장례는 유해가 안치된 여러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발인, 사고현장 옆 모교에 잠시 들러 간단한 노제가 끝난 뒤 학생들과 교사들의 오열을 뒤로 하고 시립장재소등으로 향했다.
상오 8시께부터 교정에 영구차들이 도착하자 5백여명의 재학생 교사들이 「마지막 등교」를 눈물로 맞았다. 유가족들은 시청각 교육실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들러 아들의 영정을 부둥켜 안고 통곡, 교정은 온종일 눈물바다가 됐다.
『우리 창윤이 어디 갔노. 학교 갔다 온다더니 니가 와 여기있노…』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2학년2반 신창윤(15)군의 어머니는 끝내 까무러치고 말았다. 영구차에서 분향소까지 기다시피 걸어온 2학년5반 이재식(15)군의 어머니는 눈물로 범벅이 된 손수건으로 아들의 영정을 닦고 얼굴을 비벼대다 『이 엄마가 잘못했다』는 말만 되뇌었다.
1학년2반 신승호(14)군의 어머니는 사고현장에서 찾아낸 아들의 흙묻은 책가방을 부여안고 『우리 아들 보러간다』며 2층 교실로 올라가 승호군 책상과 의자를 어루만지다 주저앉고 말았다. 쌍둥이 형제 김준형·준희(15)군의 어머니는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이렇게 보낼 수 있느냐』며 오열했다.
『저 어린 것을 보내고 내가 어찌 잠을 잘꼬』 『아침마다 빈 자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2학년7반 이상원(15)군의 아버지 이석해씨와 담임 조윤호교사는 운동장 한켠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굵은 눈물을 쏟았다. 3학년9반 손병득(16)군의 아버지 손동희(49)씨는 『무슨 놈의 세상이 이렇게 많은 새 싹들을 한꺼번에 짓밟을 수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형의 영정을 가슴에 안은 동생 병현(14·대건중1)군도 북받치는 슬픔을 참다못해 『형을 살려 달라』며 흐느꼈다.
잠시 교정에 머물던 어린 넋들은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친구와 선생님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뿔뿔이 영원한 안식처로 떠났다. 꽃송이같은 육신을 무참히 꺾은 어른들은 그 흔한 합동영결식과 조사마저 아꼈다.
경북 울진에서 분향소를 찾아온 한 국민학교 교감 선생님은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너희들의 죽음이 구천에 사무친다.
안타깝구나.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저승에서 피워보며 꽃송이 육신을 편히 잠들이고 모두모두 훗날 만나 이승의 이야기 나누며 영생하자구나』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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