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시작… 잡화·식품까지/경쟁격화로 값내려 구매자 반겨제품에 「희망소비자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소매업자가 자유로이 가격을 결정토록 하는 「오픈(OPEN)가격」이 날로 확산돼 고물가에 시달리는 일본 소비자들에 작은 위안을 주고 있다. 가전업계가 선도한 오픈가격은 그동안 일용잡화, 식품업계로 조금씩 확장돼 왔고 지난 4월말 들어 조미료업계의 선두주자인 아지노모토사가 전제품에 오픈가격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흐름은 일본에 몰아치고 있는 가격파괴 바람의 가장 발전된 형태로 그동안 메이커의 재량이었던 가격결정이 소매업자와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가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할만하다. 또 소매상간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이에따라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이커가 오픈가격을 택하는 이유는 품목에 따라 사정이 서로 다르다. 할인판매가 일상화해 있는 퍼스컴의 경우 애플컴퓨터는 정가와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픈가격을 도입, 지난 3월부터는 모든 가정용 기종의 신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IBM은 『정가를 붙이면 소비자들이 상품의 적정한 가치에 눈길을 주기보다 몇% 할인인가에만 신경을 쓰게된다』는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신제품에 오픈가격을 적용했다.
가정용 세제업계의 선두주자인 가오(화왕)는 지난 1월부터 「희망도매가격」은 남기고 「희망소매가격」만 폐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지노모토사가 오픈가격을 실시하는 이유는 전혀 다르다. 그동안 도·소매업자에 판촉비와 여러 종류의 리베이트를 제공, 오히려 할인판매를 조장해온 셈이었으나 판매실태는 불투명한 반면 사무처리가 복잡해지는 부담을 안아 왔다. 따라서 리베이트가 반영된 출하가격만을 표시하고 도·소매가는 임의결정에 맡겨 업무를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픈가격이 가격인하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를 부정하는 소리도 있다. 「정가의 몇% 할인」을 내걸고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을 해온 것이 그동안의 상황이었다면 그런 선전이 불가능해지면 오히려 할인경쟁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소비자들의 가격비교 정보가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단견일 수 밖에 없다. 서점에는 각종 상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싼점포를 소개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매일 주요일간지와 함께 배달되는 10∼20매의 선전 유인물은 서로 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오픈가격을 적용해온 과일이나 야채, 육류 소매업자사이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그 반증이다. 전국적 체인망을 갖고 있는 다이에이측은 『오픈가격은 가격경쟁의 격화로 또한번 가격인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픈가격이 초래할 가격인하경쟁이 영세 소매상들을 직접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점포에 비해 유통과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영세소매점이 입을 타격은 거의 불가피하다는 것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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