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등 작년 133편 제작 수입 2,700억원/캐나다달러 약세속 우수인력·당국지원에/「지역적 다양성」이 폭발적 성장 “원동력”캐나다 토론토가 미주지역의 새로운 영화 제작지로 떠오르고 있다. 토론토는 지난 한해 영화제작으로 4억8천8백만달러(한화 약 2천7백28억원·이하 캐나다 달러)를 벌어들여 영화의 본 고장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다음가는 수입을 올렸다. 이는 93년에 비해 54% 증가한 수치로, 극장용 영화를 제외하고 TV영화만 따지면 뉴욕을 앞지르는 것이다. 작품수로는 극장용 영화 38·TV영화 35·미니시리즈 2·특집극 28·연속극 30편등 총 1백33편이 제작돼 그 전해보다 20편이 늘었다.
토론토가 제2의 할리우드로 각광받고 있는데는 캐나다 달러의 약세가 1차 동인으로 작용했다. 토론토가 지난해 영화제작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캐나다 제작사들이 쓴 돈은 3억5천만달러로 그 전해에 비해 34% 늘어난 반면, 외국 제작사들이 쓴 돈은 1억3천8백만달러로 무려 1백5%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토론토 영화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캐나다 달러의 약세가 토론토 영화산업 발전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면 토론토가 갖추고 있는 수준높은 영화 제작기반은 그 발전에 탄탄한 원동력을 제공했다.
○영화학교 등 인력배출
토론토는 무엇보다 우수한 영화제작 인력을 갖추고 있다. 토론토를 찾는 외국 영화사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영화사들에서 경험을 쌓은 최고 수준의 제작인력이 영화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하고도 풍부한 소프트 웨어 역할을 하고 있다. 특수효과와 시각효과면에서 다소 뒤지긴 하나 그밖의 부문에선 할리우드와 대등한 수준인 기술진도 토론토 영화산업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 캐나다 필름센터·라이어슨 폴리테크닉 유니버시티·요크 유니버시티·쉐리던 칼리지등 11개에 이르는 영화·TV학교및 학과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토론토 영화산업의 두터운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장비보급회사 편집회사 목재회사 출장요리회사 자동차임대사 인쇄소등 수많은 관련 회사들이 영화제작을 뒷받침하고 있다. 인원으로만 따져도 직접 제작인원이 1만2천8백명, 편집·전시·배급등에 종사하는 간접 제작인원이 1만6천명에 달한다. 토론토시 전체가 영화제작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각종 부대수입을 합쳐 연간 15억달러를 넘는다. 토론토는 이처럼 영화관련회사들 뿐아니라 호텔에서 음식점, 동네 약국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에 도움을 주고 그 혜택을 받는 영화도시로 탈바꿈 하고 있다.
○「천의 얼국」가진 도시
토론토의 또다른 강점은 지역의 다양성이다. 토론토는 영화의 시대 배경에 따라 천의 얼굴이 된다.
첨단건물이 들어선 지역은 「로보캅」의 무대처럼 미래의 도시가 될 수도 있고, 옛 모습이 보존된 지역은 「순수의 시대」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도시가 될 수 있다.
토론토시 영화TV사무국 제작허가담당자 패티 쿠켈씨는 『미국에서 오는 제작사들이 토론토를 실제 배경으로 해 영화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뉴욕이나 시카고처럼 미국 대도시가 배경인 영화중에 많은 작품이 토론토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켈씨는 또 『토론토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인근 소도시들 역시 미국 동북부나 중부의 소도시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도 토론토를 근거지로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제작비 15∼25% 반환
시당국과 주당국의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영화산업 지원도 토론토 영화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토론토시가 속해있는 온타리오주 정부기관인 「온타리오 영화개발협회(OFDC)」는 투자가와 제작사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제작비의 15∼25%를 세금형태로 반환해주고 있다.
OFDC의 로케이션 담당 컨설턴트 도나 주클린스키씨는 『이 제도는 캐나다 제작사들이 토론토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할 뿐아니라 외국 파트너들이 토론토에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유인동기가 되고 있다』며 『OFDC는 자금지원 이외에도 토론토시 영화TV사무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촬영에서 배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영화제작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반여건에 힘입어 토론토에는 세계적으로 유수한 영화제작사들이 본부를 두게 됐다. 이전에는 TV제작사들이 주축을 이뤘으나 이제는 얼라이언스·아틀란티스·패러곤등이 TV와 극장용 영화를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 이 회사들이 제작하는 영화중 상당수는 미국으로 팔려 간다. 얼라이언스가 제작하는 「듀 사우스(남쪽을 향하여)」는 미국의 4대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인 CBS에서 프라임 타임에 방영되고 있으며, 아틀란티스가 만드는 공상과학프로 「테크 워」는 미국의 각 지방 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캐나다 최대의 영화제작사 얼라이언스의 커뮤니케이션및 제작담당부장 수잔 에이스코프씨는 『영화는 캐나다에서도 가장 성장이 빠른 산업』이라며 『그중에서도 토론토 영화산업의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토론토(캐나다)=홍희곤 특파원>토론토(캐나다)=홍희곤>
◎인터뷰/토론토시 영화TV사무국 데이빗 플랜트 사무국장/절차 간단·값싼 비용·친절 겸비/“외지제작진 촬영 편의 세세히 챙겨”
데이빗 플랜트 토론토시 영화TV사무국장은 『올해는 토론토 영화제작업계에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랜트국장은 『올 연말까지 영화제작으로 토론토가 벌어들일 돈은 적어도 5억5천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토론토의 영화제작 기반이 이제는 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환율등 외부변수와 상관없이 영화제작지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플랜트 국장은 『토론토시 영화TV국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규모 영화제작쇼에 대표를 파견해 토론토를 홍보한다』면서 『이 홍보는 할리우드 다음으로 세계각지 제작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지 제작진들이 안심하고 토론토를 찾을 수 있도록 영화TV국이 영화제작과 관련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챙겨 준다』면서 『영화제작지로서 토론토의 성가는 노먼 주이슨 감독의 말을 떠올리면 된다』고 소개했다. 86년 토론토에서 「문 스트럭」을 촬영했던 노먼 주이슨은 올해 다시 토론토에서 영화촬영을 하면서 『토론토만큼 영화를 만들기 좋은 곳은 없다』고 극찬한 바 있다.
플랜트 국장은 『영화제작에 대한 시민들의 전폭적인 협조 역시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토론토만의 특징』이라며 『복잡한 절차에 돈이 많이 드는 미국 대도시보다 간편하고 경제적인데다 친절하기까지 한 토론토를 찾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플랜트 국장은 또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에서 영화를 찍으면 단박에 장소를 알아보지만 토론토는 어느 도시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매력도 겸비하고 있다고 말했다.<토론토=홍희곤 특파원>토론토=홍희곤>
◎토론토 영화산업 두 견인차/시 영화TV사무국·온타리오 영화개발협/제작비용 분석 제공-촬영지 추천·안내등/사전단계서 실제 촬영까지 철저한 지원
토론토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다음가는 영화제작지로 성장하게 된 데에는 온타리오 영화개발협회(OFDC)와 토론토 영화TV사무국의 역할이 큰 밑거름이 됐다. 온타리오 주정부와 토론토 시정부 기관인 두 단체는 영화제작의 사전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토론토에서 영화촬영을 원하는 제작사가 제안을 해오면 우선 OFDC가 제안내용을 분석한 뒤 적절한 영화촬영장소를 물색해 추천한다. 자체운영하는 로케이션 도서관의 각종 사진들과 관련자료들이 함께 제공된다. OFDC는 또 제작사들이 예산을 세울 수 있도록 모든 비용을 분석한 서류들을 보내준다.
영화TV사무국은 실제촬영과 관련된 제반업무를 총괄한다. 촬영진및 제작진 차량의 무료주차 허가에서부터 촬영지 안내, 경찰협조, 시당국및 시당국 이외의 각급 정부기관·대행기관·개인과의 접촉, 제작회사·서비스회사·설비회사 알선및 지원, 숙소및 교통편 안내, 인력조달, 식당 소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OFDC는 앞으로 3년간 4천2백만달러를 영화업계에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영화제작과 관련된 자금은 물론 마케팅과 판매 관련 자금도 포함된다. 캐나다 는 영화 판매시장이 워낙 협소해 할리우드 시장과 단순비교하기 어렵다. 할리우드의 영화 선전비용이 캐나다 자체의 영화 제작비용보다 더 많다. 그래서 OFDC와 같은 기관이 제공하는 자금 없이는 수준높은 영화가 제작되기 힘들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따져도 OFDC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OFDC가 지원하는 금액의 몇백배나 되는 영화제작관련 수입이 토론토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