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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본다/ 천병식 한양대 토목공학과교수(전문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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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본다/ 천병식 한양대 토목공학과교수(전문가 기고)

입력
199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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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밑공사 기본수칙 어디로지하철공사등 각종 건설공사의 지하굴착공법중 터널식 공법은 굴착심도가 깊어 지하 매설관들과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개착식 공법은 지표에서부터 땅을 파들어가기 때문에 상하수도 고압전선 전화선 도시가스관 송유관 광섬유케이블등의 지하 매설물들을 노출시켜 가면서 굴착해야 하며, 때로는 굴착 방향과 매설관이 교차, 관을 옮기고 굴착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 지하 굴착공사를 할 때는 중장비로 굴착하기 전에 인력으로 지하 2이내까지 굴착, 지하 매설관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매설관의 정확한 위치와 깊이등을 파악, 안전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에 묻은 지하 매설관은 깊이나 위치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중장비로 굴착하는 도중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지하매설관중 상수도관이나 가스관은 내압이 높아 굴착과정에서 작은 충격을 가해도 균열이 발생, 물이나 가스가 새어 나오기 쉽다. 특히 가스관은 주변에서 용접작업시 불꽃이 튀거나 행인이 버린 담배꽁초등 화기에 인화, 폭발할 위험이 높다. 지하철 공사장의 위험은 한층 크다. 터널및 수직구 굴착을 위해 일상적으로 하는 발파작업이나 용접작업시의 불꽃, 각종 장비의 전기 스파크, 중장비의 암반 굴착시의 섬광등 폭발을 일으킬 불씨가 도처에 있다.

도시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누출되면 대기중에 날아가지 않고 지하 공사장 바닥에 깔려 많은 양의 가스가 모이게 된다. 따라서 도시가스관이 지하 굴착현장에 있을 때는 화약을 다루듯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하 굴착공사장의 안전사고는 선진 외국의 전자동 기계화 지하철 터널공사장에서도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항상 인식하고 지하굴착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하 매설물과 주변 지반등을 정밀조사해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공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하매설관에 관한 정확한 도면을 입수하고, 매설관 관리기관과 면밀한 협의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송수관과 가스관등 내압이 있는 관은 지반을 건드려 관이 내려 앉거나 휘어지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하고 항상 가스 유출여부를 점검하는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굴착공사도중 부주의로 가스관이 손상 또는 왜곡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가스관 매설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도 있다. 가스관을 매설하면서 관을 받치는 기초 공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관의 재질이 부식에 약해 쉽게 노후화, 사소한 충격이나 지반침하에도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지하굴착 공사의 일반적인 문제는 굴착공사를 하는 업체나 지하매설관을 관리하는 쪽이나 형식적인 안전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외국의 경우 굴착 공사전에 모든 매설관 관리기관에 공사방법등을 알려 승인을 받지 않으면 굴착자체를 할 수 없다.

관리기관들은 굴착공사를 하는 측에서 충분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코 승인을 하지 않는다. 또 공사중에도 제대로 안전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점검, 안전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공사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행정기관이 전체 안전관리체제를 책임지고 있어 2중의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굴착공사등을 하는 기업이 안전체제를 벗어나면 행정적 규제 뿐 아니라 공사 중단등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체제속에서 기업들은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이런 안전체제의 일부가 있는 경우에도 형식적 장치에 불과, 지키지 않더라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데 있다. 오히려 안전규정을 철저히 지키려 애쓰기보다 적당히 감독기관에 「손」을 쓰고 눈가림식의 안전조치를 하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 된다. 이런 구조적 모순과 사회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어떠한 기술적 논리나 도덕적 설득도 무용한 것이 될 것이고, 유사한 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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