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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밑을 체계화하라/안전부재 언제까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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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밑을 체계화하라/안전부재 언제까지(사설)

입력
199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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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토의 지하에는 인체의 혈관과 같은 국가 신경조직망이 흐르고 있다. 전신 전화등 정보통신망과 전기 도시가스 상하수도 송유관등 국가기간시설물이 매장돼 있고 지하철과 지하차도 지하도등 대중교통망과 함께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지하주거공간등 도시민들의 생활권이 형성돼 있다. 지하시설과 지하생활권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날이 갈수록 더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이런 추세를 미리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등 대도시의 땅밑은 각종 시설물이 요지경속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어디에 뭐가 어떻게 묻혀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없게 돼 있는 실정이다.

지하시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히 땅파기 작업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 지하굴착 작업 또한 무질서하게 이루어져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시설물들을 파손함으로써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스관공사를 하다가 상수관을 터뜨리고 상수관공사를 하다가 가스관을 파열시키고 지하철공사를 하다가 통신망을 끊는등 좌충우돌하면서 갖가지 사고가 연발하고 있다.

감사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난 93년 한해동안 서울 부산 대구등 5대 도시에서 도로굴착공사 잘못만으로 일어난 단전 단수 통신두절등 사고가 7백6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의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 참사나 이번의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참사도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같은 유형의 사고들이다.

분노하는 국민감정을 달래는데만 신경쓰고 세월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가짐으로 대구사고를 또 호도하려해서는 안된다.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같은 참사가 없도록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선 첫째는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철저히 가려내고 아주 엄중한 처벌을 해서 두번 다시 안이하고 나태한 행정관리와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공사를 못하도록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들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지하매설물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해서 일원화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산망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전 국가기관을 동원해서라도 이 작업을 서두르는 것이 참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는 자세라고 본다.

또 중요한 것은 지하굴착공사와 관련해 행정관리 체계를 조속히 재정비해서 공사의 감독 관리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기관이 저마다 지리정보 전산화를 추진하면서 코드 표준화나 전산정보의 공동활용체제를 마련하지 않아 예산낭비와 자료관리중복등 문제를 야기하는 것도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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