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가스배관 정보불재·파손 위험등/발표뿐 신속한 보완조치 태만 대형사고국민들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내놓은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참사는 예견됐던 문제점과 대책이 한갓 구두선에 지나지 않았음을 다시한번 깨우쳐 주고 있다. 대형사고가 나면 항상 뒤따르는 얘기지만 이번 사고도 평소 지적된 문제점들을 한번만 더 챙겨보고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 이후 중앙안전점검통제단을 구성, 지난 2월말까지 전국 30개 도시가스회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체계 및 시설의 안전성등에 관한 진단을 마쳤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책까지 수립, 사고재발을 다짐했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조치는 신속히 취하지 않아 대형참사가 또 빚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고의 경우 대백플라자 상인점공사장과 지하철공사장이 인접해있으며 그 아래로는 「뇌관」이나 다름없는 도시가스관로가 지나가는데다 두 공사장은 우수관으로 연결돼있었다. 당연히 대백플라자공사장과 지하철공사장에서는 서로가 배관도면등을 확보, 철저한 안전조치 및 수시점검을 했어야하는데도 그렇게 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통제단은 안전진단결과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9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총 1백24건의 도시가스사고중 타공사에 의한 배관파손사고가 모두 37건으로 전체사고의 30%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공사장들이 인접했을 경우 가스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가 있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관련 공사장들끼리는 물론 이들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유관기관들 사이의 협조체제가 미흡할뿐 아니라 일부 공사장에서는 타시설물에 대한 도면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상당수의 도시가스 시설은 설치된지 10년 이상이나 돼 배관부식및 누전이나 합선등 전기안전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회사의 안전관리조직은 설립 당시보다 오히려 약화됐으며 인력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관리 투자비도 매출액의 1∼3%에 불과하고 안전관리자인건비를 제외한 교육·홍보비등 순수 안전관리 투자비율은 1% 미만으로 극히 저조했다.
뿐만아니라 원격감시장치의 통신회선이 혼선되거나 기능을 상실했는가 하면 일부 시설의 가스누설경보설비는 아예 작동조차 않고 있었다.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대책위원회도 지난해 7월 「재난관리부조리 실태및 방지대책」이란 보고서에서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정방지대책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도시가스사고 증가는 각종 굴착공사시 도시가스 지하배관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데 따른 배관파손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관파손의 경우 지하에 매설된 모든 배관이 전체적인 설치계획 없이 시행관청 마음대로 들어선데다, 공사시 지하시설물이 묻힌 위치·깊이등이 표시된 정확한 「땅속 지도」없이 무조건 땅부터 파내려가는 것이 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꼭 도시가스사고는 아니더라도 이처럼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보부족에 의한 크고 작은 사고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5∼7월 건설교통부와 서울등 5대도시의 지리정보전산화(GIS)사업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대구에서만도 93년 한해동안 모두 1백96건의 단전·단수·전화불통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고는 서울에서도 2백67건, 대전 2백32건, 광주 36건, 인천 25건등 한해동안 전국적으로 7백56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정부는 8백1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리정보전산화사업을 추진중에 있으며 시공업체·기관간 정보교환을 통한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국민들에게 수차례 밝혔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나 대책이 발표되고도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 또다시 이번과 같은 대형참사를 불러온 것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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