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공격적 본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동물의 경우 그 공격성은 개체나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 발휘되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은 공격성이 개체나 종족의 생존과는 관계 없이도 발휘되는 경우가 많다. 무참한 살육이 자행되는 전쟁은 생존문제가 그 이유라기보다는 종교적 갈등이나 민족적 편견 또는 정치적 야망등과 같이 생존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이성적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이 그 공격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인간이 자신의 공격성을 해소하여 파괴를 막거나 건설적으로 활용하는데 이성을 사용한다기 보다는 그 공격성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데 이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이성이 목적에서보다 수단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런 수단에서의 이성은 큰 재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과거의 수많은 전쟁과 파괴와 폭력은 차치하고 오늘날 세계의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수많은 폭력과 테러가 그 점을 입증하고 있다. 그런 수단적 이성은 인간의 공격성과 결합하여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인간의 공격성이 본성인 한 그것을 억제할 수단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격성에 의한 파괴나 폭력을 막으려면 그 공격성이 건설적으로, 아니면 최소한 무해한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는 시설이나 장치들을 마련하고 권장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남을 이겨내야 할 경쟁상대로서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이웃으로서 가르치는 가치지향적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불만을 폭력적인 행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폭력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불만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그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제도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소외되거나 억울하다고 느낀 사람들이야말로 공격성을 가장 파괴적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나 제도의 공평성을 확립하고 사회의 그늘진 곳에 보호와 관심의 손길이 미치도록 해야한다.<이효성 성균관대교수·언론학>이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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