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치단체 위기대처능력 “실종”/당국 재난대응자세(대구가스폭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치단체 위기대처능력 “실종”/당국 재난대응자세(대구가스폭발)

입력
1995.04.30 00:00
0 0

◎안전관리·구조체계 낙후… 대책 헛구호/새벽신고 미화원 주정뱅이 몰아/고작 삽들고출동 구조못해 허둥대구 가스폭발사고 전말을 지켜본 시민들은 관계당국의 한심한 위기대처능력에 분통을 터뜨렸다.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를 앞둔 지방자치단체들의 위기대처능력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대구도시가스측은 올들어 사고현장으로부터 두차례나 누출신고를 받고도 형식적인 확인점검은 물론이고 특히 사고직전 긴급 신고에도 불구하고 가스공급밸브를 잠그는 가장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재해예방과 대처의 주무기관인 소방서도 사고당일 새벽 4시께 환경미화원의 신고를 받았으나 확인점검은 커녕 신고인을 주정뱅이로 몰며 묵살해 버렸다.

건설회사측도 마찬가지다. 안전사고 대처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일어나기전 심한 냄새가 났음에도 교통차단이나 행인대피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발생후 관계당국의 대응은 더욱 한심하다. 경찰, 소방관들은 사고발생 직후인 상오 8시5분께 도착했으나 고작 들것과 삽 괭이등의 장비만 들고와 2시간 동안이나 구조작업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지하 공사장에 떨어져 갇힌 1백여명 부상자들은 고가 사다리차등을 1시간30분동안 기다려야 했다.

대구시상수도본부는 폭발로 4백㎜ 상수도관이 파열됐으나 3시간동안이나 수도관을 잠그지 않아 구조및 복구작업을 더욱 어렵게 했다.

또 경찰 소방서 지하철건설본부 구청관계자 군부대 요원이 잇달아 현장에 도착했으나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도록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현장 상황실이 구성되지 않아 구조원들은 허둥대야만 했다.

사고발생후 뒤늦게 설치된 대구시재해대책본부는 대부분 직원들이 실무경험이나 사전 지식이 없어 실무지침서를 펴놓고 업무에 임하는 한심한 전경을 보였다.

대형 재난앞에 보인 대구시의 이같은 모습은 비단 대구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되풀이된 대형사고때마다 정부는 완벽한 대책마련을 강조 해 왔으나 지방자치단체들은 형식적인 대처로 일관해 온 것이다.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재난구조인력과 장비는 원시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의 경우 자동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음은 물론 월배에서 동촌에 이르는 20여의 도시가스관에 대한 안전관리인원은 고작 2명이다. 그나마 전문장비없이 육안 순찰이 전부다.

소방장비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내에서는 80년대말 이후 10층이상의 고층 빌딩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고가사다리 굴절차등이 4∼5대에 불과하고 화학소방차와 소방헬기는 한대도 없다.

안전관리에 대한 감리감독이나 제도적인 장치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꼬리를 무는 대형사고에도 불구 대구시는 대비훈련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특히 비상연락망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이달초 팔공산 화재발생시 공무원들을 비상소집했으나 출동률은 크게 저조했다.

대구보건전문대 소방안전과 박종탁 학과장은 『지방화시대를 맞아 지자체의 비상대처능력배양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산하로 돼있는 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격상시켜 인원과 장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사전관리 허술… 출동도 폭발뒤/원격 가스잠금장치 없어 수동조작/「대백」 문제공법 사고난뒤에야 알아/가스사 조치

사고 당시 가스를 공급하던 (주)대구도시가스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도시가스측에 의하면 사고 당일인 28일 상오 7시45분께「대백프라자」공사현장사무실로 부터『가스유출』통보를 받고 기술직원 3명이 2분뒤에 즉각 현장으로 출동했다. 상오 7시50분께 폭발이 발생해 아수라장이 됐고 도시가스 직원은 상오 8시께 현장에 도착, 폭발로 심하게 휘어진 주배관 수동밸브를 잠가 가스의 흐름을 막는게 고작이었다. 사고가 난뒤 20여분동안 고압으로 흐르던 도시가스는 원격밸브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현장에서 계속 유출되었고 상오 8시10분께 직원들의 수동조작이 있자 겨우 멈추었다.

주민들은 사고 전날인 27일부터 가스냄새가 심하게 났고 이를 신고까지 했다고 하나 대구도시가스측은『사고직전까지 주민이나 관청등으로 부터 아무런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정기점검만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도시가스는 노조창립일로 휴무일이던 27일에도 점검자 2명이 상오 9시에서 하오 6시까지 사고현장을 포함한 전 지하철 공사구간(전장 27·6)의 가스배관을 정기 순찰하며 이상유무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치 못했고 시공회사측으로 부터도 아무런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가 난 뒤에야 대백플라자가 사고원인으로 지목되고있는 그라우팅공법을 사용했음을 알게됐다고 말해 가스관 관리에 대해「겉핥기식 안전점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결국 가스관 주위에서 직경 80㎜의 구멍을 뚫는 작업이 23번이나 진행될때 까지 공사의 유무조차도 감지하지 못한 대구도시가스측의 허술한 안전관리점검태세가 참사를 불러일으킨 요인중 하나가 된 셈이다.<특별취재반>

◎“가스누출감식 육안·냄새 의존”/중앙감지시설 정압실 이상만 탐지/낮엔 차량타고 순회점검 “주마간산”/배관망 관리

사고가 날 때까지 가스공급회사인 (주)대구도시가스는 가스누출을 전혀 감지조차 못한것으로 밝혀져 도시가스 안전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해온 대구도시가스는 자체 중앙통제소에서 전 가스배관망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4억여원의 시설비를 들여 설치한 중앙통제소의 감지시설은 정압기를 지나는 압력과 정압기실의 가스누출여부만을 감지할 뿐이다. 사고의 원인인 배관의 가스누출 여부는 전혀 감지할수 없다.

이 지역 도시가스의 안전관리는 가스배관망 5백57를 육안감식하는 2인 1조 5개팀에만 맡겨져 있다. 이들은 하루 평균 1백11의 가스배관이 매설된 구간을 가스누출감지기가 달린 차량으로 순회하면서 ▲배관 및 정압기주변의 가스누출감지 ▲가스관주변 공사현장의 이상유무 확인 ▲가스회사측에 통보없이 가스관 주변에서의 공사유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게 고작이다. 순찰구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다 더구나 상오 9시에서 하오 6시까지만 순회점검을 할뿐이다. 나머지 15시간은 주민신고에 의존하고 있다. 대구도시가스측은 이처럼 허술한 가스안전관리시스템이 참사의 원인중 하나라는 지적에 할말이 없게 됐다. 이번 사고현장과 같이 배관이 노출된 상태로 공사하는 곳이 있다해도 점검자들은 신고가 있거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는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도시가스 전문가들은 『가스누출여부를 감지할수 없어 육안감식이나 주민신고에 의존해야만 하는 안전관리체계로는 또다른 참사를 막을 방도가 없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감지장비를 첨단화해야 제2의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