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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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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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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로 지은 집이 무너져 집의 소유자가 죽었을 때는 그 집을 지은 건설업자는 사형에 처한다」. 이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유명한 고대 바빌로니아 하무라비법전의 건축 및 토목업자에 대한 벌칙조항이다. ◆20세기 초 페르시아의 고도 스사에서 발굴된 하무라비법전은 직경 60㎝ 높이 2백20㎝의 원주에 설형(설형)문자로 조각된 세계 최고의 성문법전으로 전부 2백82조로 돼있다. 집이 무너져 소유자가 죽으면 건설업자가 죽지만 집주인의 아이가 죽으면 그때는 건설업자의 아이를 사형에 처했다. ◆당시 건축업자나 토목업자는 목숨을 걸고 공사를 해야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부실공사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 법은 지금의 법감정으로 보면 지나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에 의해 정의를 선양하려 했던 하무라비왕의 의지만은 높게 사지 않을 수 없다. ◆부실공사와 안전의식 결여로 다리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기울며 가스가 폭발하는등 대형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때마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 관계자를 엄벌하는 한편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세우겠다고 다짐해 왔다. ◆기대와는 달리 아현동 가스폭발사고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 대구에서 초대형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아직도 부실공사가 성행하고 안전대책이 소홀하다는 증거다. 부실공사등을 없애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토록 엄벌을 다짐했던 성수대교피의자들도 전부 풀려나왔다. 처벌정도가 가혹하긴 해도 부실공사를 없애려했던 하무라비법전의 정신이 아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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