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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스폭발 현장 이모저모/“친구야 부디 잘가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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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스폭발 현장 이모저모/“친구야 부디 잘가래이…”

입력
1995.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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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때 지하30m서 작업인부 50명 무사/시체확인 유족 끝내 오열/“항의” 대책본부 아수라장/철제빔 걸려 목숨 건져악몽의 하루를 지낸 29일 참혹한 사고현장에는 폭발의 잔해가 그대로 뒤엉켜 남아있었고 병원과 학교에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어린 학생들의 오열과 비탄이 끊이지 않았다.

또 김영삼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기 직전인 이날 하오4시30분께부터 대구지역에는 1시간가량 이슬비가 내려 분위기를 더욱 처연하게 했다.

○…65명의 사상자를 낸 영남중학교는 29일 하루동안 임시휴교한뒤 하오1시께 시청각교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비상교무회의를 열어 장례문제를 논의하는등 숙연한 분위기속에 분주했다. 제자들과 졸지에 생이별한 담임교사들은 영정용으로 쓰기위해 교무수첩이나 학생 신상기록부등에서 제자의 증명사진을 떼어내며 눈물을 훔쳤다.

○…합동분향소에는 주영은재단이사장을 시작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등 2백여명이 헌화, 분향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하얀 국화를 들고 친구4명의 영정앞에 선 2학년 배정헌(15)군은 『부디 잘가래이…』라며 말을 잇지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조화속에서도 영남중 어머니회가 보낸 『못다핀 꽃들이여 향기롭게 활짝 피소서』라는 글귀가 적힌 조화가 보는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문상객중에는 정호용 이치호 유성환의원등 민자당 전·현직의원등도 보였다. 정의원은 영남중 이길우(63)교장에게 『숨진 학생과 교사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보상문제는 민자당이 책임지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중과 이웃해 있으면서도 등교시간이 빨라 화를 면한 영남고교생들은 이날 동생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달고 등교했다.

○…사고현장 주변에서는 가족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시민들이 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수색작업을 지켜 보았다. 사고당일 출근길에 소식이 끊긴 신천3동사무소 직원 김명숙(38·여)씨가 끝내 시체로 발견되자 김씨 가족들은 『실날같던 희망이 사라졌다』며 오열했다. 현장의 물을 빼내면서 김씨의 시신을 발견한 수색반원들은 『차라리 물을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통스런 심정을 토로했다.

○…대구 달서구청 2층 사고대책본부는 사망자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계속 몰려들고 직원들의 고함과 시민들의 항의소리등으로 흡사 전시상황실을 방불하는 아수라장이었다. 한편 이날 새벽 2시께 『시신과 쳐들어 가겠다』는 분노에 찬 전화가 걸려와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가야기독병원 206호실의 이경희(39)씨와 국교생 아들 김동규(송현국6)·동헌(〃5)군 형제는 승용차가 철제빔에 걸리는 바람에 기적처럼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사고당일 상오 두 아들을 티코승용차에 태워 등교시키던중 승용차가 가스폭발과 함께 하늘로 튕겨 올랐다가 떨어졌으나 H형 철제빔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추락을 면해 타박상외에 별다른 상처는 입지 않았다.

○…폭발당시 지하철공사장 가장 깊은곳에서 작업중이던 인부들은 LPG의 특성 때문에 큰 화를 면했다.

가스전문가들에 의하면 LPG는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산소와 섞인 상태에서 폭발하면 폭발력이 밑으로 내려가지않고 위로 치솟는 특성이 있어 사고 당시 지하 30여 지점에서 분산돼 작업중이던 인부 50여명은 부상하기는 했으나 무사히 빠져 나오거나 구조됐다.

지하 현장에서 목공일을 하던 김유덕(33)씨는 『밑에 있던 우리가 오히려 피해가 적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실종된 동료들을 걱정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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