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사고 잦아도 “문제없다” 팔짱/공기맞추기 급급 무리한 공사/지하매설물 도면 관리도 미흡 2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행정당국의 대형공사장 안전관리에 대한 무신경에서 비롯된 예고된 인재(인재)여서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서울 아현동의 도시가스공급기지 지하저장탱크가 폭발, 대형 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4개월여만에 또다시 같은 유형의 참사가 빚어진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난 91년 착공된 대구지하철 1호선공사는 그동안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부실공사 시비와 함께 안전사고가 이어졌고 특히 공사장 안전관리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행정당국은 『별 문제 없다』는 무사안일한 자세로 대처해 왔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하철 공사장이나 인근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하면서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을 잘못 건드려 도시가스가 새어나와 불씨에 인화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에서는 공사과정에서 가스관을 잘못 건드려 발생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사흘전인 지난 25일에도 대구 서구 중리동 1037 서대구공단내 갑을방직앞 왕복6차선도로 갓길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배관공사를 하던 덕진기공이 굴착작업중 지하 1.5㎞에 묻힌 직경 3백50㎜ LPG관을 파손시켜 다량의 가스가 누출하는 사고가 발생, 서대구공단 일부 입주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고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또 지난 연말에도 대구 남구 대명5동 영대 로터리앞 지하철공사장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돼 16시간동안 인근 6천여가구에 수돗물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는등 지난해부터 도시가스관 상수도관 송유관등 지하매설물에 대한 공사과정에서 사고가 잇달았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번과 같은 대형 사고가 예견됐으나 대구지역에서는 유관기관별로 제각각 지하매설물 설계도면을 따로 보유, 관리해 왔을 뿐 종합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더구나 이들 기관들이 제각각 보유·관리하고있는 지하매설물 설계도면중 일부는 오래전에 작성돼 위치나 깊이등이 실제와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도시가스는 값싸고 안전하며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가구가 해마다 급증, 4월 현재 대구지역에 매설된 도시가스관은 총연장이 5백20여㎞이며 이용가구는 16만3천여호에 달한다.
공기맞추기에만 급급한 무리한 공사추진도 이번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구지하철1호선공사는 착공이래 엄청난 재정부담과 연약한 지반등의 공사상의 악조건으로 내년 10월 개통계획의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여름 두달여동안 지속된 무더위로 거의 공사를 중단하다시피해 공사일정이 크게 늦어졌으나 지하철본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해 왔다.
결국 이번 사고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대형 참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다시한번 보여줬다.【특별취재반】
◎88년이후 가스사고 530건/취급부주의 최다원인… 건설현장사고 점증
전국에 가스공급이 본격화한 88년이후 지난해까지 7년동안 발생한 각종 가스사고는 모두 5백30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가스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2백20명을 포함, 모두 1천4백명에 달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이번 가스폭발사고는 인명피해면에서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됐다.
가스사고의 원인으로는 취급부주의가 전체의 4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스보일러의 부실시공등 시설이 잘못돼 일어난 사고가 34%, 불량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사고가 8%, 이번 건설현장에서의 사고와 같은 경우가 전체의 7%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하철공사등 각종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80년대 중반께 매년 1∼2건에 불과했으나 92년(7건)이후 공사현장이 많아지면서 점차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33건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이종재 기자>이종재>
□주요 가스사고 일지
▲78년10월16일=서울 현대아파트 가스폭발, 12명 부상, 1백12가구 파손
▲10월22일=서울 명동 LP가스 폭발, 재산피해 1백41억원
▲81년12월26일=서울 대한화재보 험 지하식당 가스폭발 3명 사망 1백30명 부상
▲85년5월6일=서울 마포·서대문 구 14개동 도시가스 연쇄폭발, 가옥 20채 파손
▲92년2월24일=광주 해양도시가 스 저장탱크 폭발, 9명 중상
▲93년1월8일=충북 청주시 우암동 우암상가아파트 가스폭발로 붕괴, 27명 사망 50명 중경상
▲11월9일=전남 여수시 삼성 전자판매장 LP가스 폭발, 20명 부상
▲11월29일=경남 울산시 현대미 포조선소 LP가스 운반선 폭발, 10명 부상
▲94년1월9일=광주 무등주유소 L P가스 폭발, 3명 사망, 5명 부상
▲4월27일=전남 나주시 신진냉동 가스 폭발, 5명 사망, 2명 부상
▲8월30일=서울 도봉2동 4층 건 물 LP가스 폭발, 5명 사망, 2명 부상
▲12월7일=서울 아현동 가스중간 기지 폭발, 12명 사망 1명 실종 65명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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