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학생들 피해/등교길 60여명 사상… 넋잃은채 수업중단/사망자수 계속 늘자 교실마다 오열/“내아들 어디있나” 학부모들 발동동/쌍둥이 잃은 어머니 “누굴믿고 사나” 『어른들이 원망스러워요』
재학생 1천6백17명중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영남중학교는 순식간에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사고 직후부터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학부모 5백여명이 몰려들어 온종일 수업이 중단된 가운데 교사들은 현장으로, 병원으로 뛰어 다니며 피해자 파악에 분주했다. 교실에 모여앉은 학생들은 참변을 당한 급우들 소식에 울먹이며 어처구니 없는 떼죽음에 슬퍼했다.
옆반을 돌아다니며 친구의 안부를 확인하는 학생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무사함을 알리는 학생들…. 그들은 모두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1학년1반 학생들은 칠판에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이제는 가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 『어른들이 원망스럽다. 부실공사를 추방하자』는 낙서를 써 친구 잃은 슬픔을 표하고 사회 부조리를 질타했다.
학교측은 현관 입구에 학년별로 등교확인 창구를 마련, 학부모들의 확인에 응했다. 상오 8시20분까지 2백여명이 학교에 오지 않았으나 최종 미등교생이 65명으로 줄자 다소 안도했다. 그러나 각 병원으로 파견된 교사들의 확인과 언론보도로 사망자가 40여명으로 알려지자 금세 침통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또 차를 몰고 출근하던 이종수(39·수학담당)교사가 숨지고 옆에 탔던 구미영(28·여·수학담당)교사가 부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과 교사들은 또 한번 울음을 터뜨렸다.
영남중학교 인명피해는 학생 41명과 교사 1명 사망, 학생 2명 실종, 학생 20명 교사 1명 부상으로 집계됐다. 개교이래 처음 있는 대참사이다.
이 학교 이길우교장은 『갑자기 엄청난 일을 당해 유족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피해상황이 파악되는대로 유족과 협의, 학교장으로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졸지에 쌍둥이 형제를 잃은 조분순(40·달서구 상인동)씨는 『준형아 준희야 … 누굴 믿고 사나』하고 두 아들의 이름을 부르짖다 쓰러졌다.
김준형·준희(15·영남중 2년)군 가족들은 그들이 자전거만 타고가지 않았어도 참변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다 대구보훈병원 영안실에 시체로 옮겨진 처참한 시신을 확인하고는 통곡하고 말았다.
준형·준희형제는 상오 7시30분 학교에서 20여분거리인 상인동 집을 나섰다. 평상시처럼 준형군은 동생을 뒤에 태우고 축구얘기를 해가며 사이좋게 달리고 있었다. 집을 나선지 20여분후. 학교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중 갑자기 「쾅」하는 굉음과 함께 쌍둥이는 불바람에 날아가버렸다.
일란성 쌍둥이인 이들 형제는 얼굴만으로는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고 학교에서는 유난히 축구를 즐겨 친구도 많았다. 성적도 상위권이었고 집에서는 아버지 구두 닦는 일을 도맡고 설거지까지 거드는 효자였다.
학교 친구들은 『준형 준희는 우리들의 마스코트였다』며 빈 자리에 꽃을 놓고 머리 숙였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