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부재와 주먹구구식공사가 최악의 대형참사를 또 빚었다. 대구시내 지하철공사장의 도시가스폭발대참변은 그래서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고순간이 때마침 등교시간이자 출근시간대여서 무참하게 변을 당한 못다 핀 어린중학생들과 시민들의 어이없는 희생에 우리들의 가슴이 미어진다. 도대체 우리사회는 언제까지 이같은 원시적인 사고를 되풀이해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말인가. 서울 성수대교붕괴참사 6개월만에, 서울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 4개월여만에 또다시 동일한 유형의 참사로 1백50명이상이 사망·실종되고 2백명이상이 부상하는 참변을 되풀이하게 되다니 이게 어디 말이 되는 것인가. 통탄과 분노의 심정을 누를 길이 없다.
대구도시가스폭발사고 원인은 수사를 하면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미뤄봐도 초보적인 안전수칙마저 지키지 않은채 요행심리가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사고라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철제복공판을 덮은 지하10속, 직경2백50㎜의 대형도시가스관이 지나가는 지점에서 대형포클레인으로 흙파기공사를 하려면 기본 안전수칙만은 꼭 지켜야 한다. 마구잡이 공사로 폭탄과도 같은 도시가스관을 함부로 건드리고 훼손하면 터지게 마련인 것이다.
사고가 나자 철제복공판과 대형철제빔이 50∼20m나 공중으로 솟구쳤다 떨어지면서 80여대의 차량을 덮쳤고 폭발음으로 인근건물의 지붕이 날아가고 먼곳에 있는 아파트의 유리창이 깨져 버릴 정도였다니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TV뉴스에 비치는 사고현장의 모습은 폭탄이 터진 전쟁터와 같을 정도였으니 그속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날 수 있었겠는가.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더욱이 사고를 낸 우신종합건설은 도급순위 2백26위에 머무는 지방의 중소건설업체로서 처음 낙찰받아 시공했던 창조건설의 부도로 지난 9월부터 승계받아 대리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창조건설이 조달청에서 낙찰받았을 때도 공사예정가의 77.75%의 헐값이었다니 이 공사는 시작에서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공사를 대리로 떠맡게 된 우신건설은 지하철건설공사 경험이 없어 제3자인 상명건설·거벽건설·세일건설등에 다시 하청을 줘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고구간의 경우 시공을 원치 않는 회사가 공사를 떠맡게 돼 제3자에게 또다시 하청을 주는 식으로 공사를 했으니 애당초부터 사고요인을 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지하철건설과 같은 대형공사장의 풍조가 이러하다. 감리나 감독을 제대로 받고 또 모든 안전수칙을 이행하면서 공사를 하는 업체란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서울의 지하철공사도 마무리단계에서 근본적인 하자가 발견돼 재시공을 거듭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